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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 모두 에볼라 환자 취급… 한국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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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 모두 에볼라 환자 취급… 한국이 무서워요”

입력
2014.08.07 04:40
수정
2014.08.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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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국 출신은 한명도 없고 '이상 없다' 의료기록 냈는데도

공항 입국부터 숙식까지 차별 "원숭이 신세" 떠날 날만 기다려

전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구 롯데호텔 서울점에서 열린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로 800명 이상 사망한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과 비과학적인 태도 때문에 한국을 찾은 아프리카인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닌다’는 괴담 속 장본인이 돼 입국부터 숙식까지 차별을 받아야 했다. 한국이 외국인의 인권에는 아랑곳 않는 차별적 나라로 비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에서 4일 개막한 ‘2014 UN Women-덕성 세계대회’에 참석한 아프리카인 28명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시달렸다. 에볼라 괴담에 휩쓸린 일부 시민들이 주최측에 에볼라 사망자가 보고된 나이지리아 대학생 3명에 대한 초청 취소를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행사 자체가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취재진 50여명에 싸여 “동물원 원숭이 신세가 됐다”고 털어놨다. 한 참가자는 취재진이 질문을 하려고 하자 지친 표정으로 “About Ebola?(에볼라?)”라고 묻더니 손사래를 쳤다.

이들은 한국 땅을 밟자마자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서아프리카 가나의 고교 교사 아니타 에메파 하토(Anita Emefa Hatoㆍ24)씨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나오라”는 공항 직원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라지만 아프리카인 나오라는 소리로 들렸어요. 발병국에서 온 참가자는 한 명도 없고 건강에 ‘이상 없다’는 의료기록까지 냈는데 아프리카인이라는 이유로 의심을 사는 듯했죠.” 행사에 참가한 아프리카인들은 입국 전 현지 한국대사관과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미 의료기록을 제출한 상태였다.

아프리카인들은 에볼라에 대한 한국인의 비과학적인 과민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카메룬에서 온 20대 여성활동가 콰추(Kwachu)씨는 “한국에서는 모든 아프리카인들을 감염자로 여기는 것 같다. 과잉 반응이다. 인터뷰를 원치 않는다”며 자리를 피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대학생 헬리나 스티파노스 테카(Helina Stiphanos Tekaㆍ22)씨는 “아프리카 대륙 54개국 모두 발병 국가로 치부하는 듯한데 실제 발병국은 4개국뿐이다. 더구나 에티오피아는 발병국과 멀어 우리도 TV로 소식을 접한다”면서 “에볼라보다 한국인의 과도한 관심이 더 무섭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2년 전 첫 대회와 달리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출국 날(15일)만 기다리고 있다. 숙소인 언어교육원 3층은 아프리카인만 지내고 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를 사용한다. 대회 개최 전부터 아프리카인 입국을 막지 않는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은 덕성여대가 4일 기자회견에서 내놓았던 안전 대책 중 하나이다. 2년 전에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가 만난다’는 대회 성격상 국가별로 숙소를 분리하지 않았다.

행사 담당자인 이용환 덕성여대 차미리사연구소 전문연구원은 “기자회견 직전까지 아프리카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전화가 초 단위로 왔다. ‘가나 사람은 왜 받아 이 XX야’라며 다짜고짜 욕을 해대는 식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국제법상 입국 금지 대상자는 감염성 질환 발병자이지 그 나라 국민 전부가 아니다”며 “학교는 여론에 밀려 나이지리아인의 참가를 마지못해 취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볼라에 대한 패닉 현상의 결과로 대회는 반토막이 났다. 특히 한국인들의 참가 취소가 두드러졌다.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 한국인 대학생 38명 중 단 2명을 빼고 죄다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회 통역을 맡은 고모(28)씨는 “아프리카인과 살갗이 닿는 것조차 무섭다며 불참한 학생도 있다”며 “세계적 행사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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