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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死因 베일… 윤 일병 부모 차마 부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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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死因 베일… 윤 일병 부모 차마 부럽기까지"

입력
2014.08.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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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어 주지도 못하고… 난 아버지 자격 없어" 눈시울

軍 사인규명·순직처리 요구 외면 "국가가 나서 더 이상 비극 없도록"

6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개최된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으로 위촉된 민관군 관계자들이 육군인사참모부장의 군대 현황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개최된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으로 위촉된 민관군 관계자들이 육군인사참모부장의 군대 현황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망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진 윤 일병의 부모가 오히려 부럽기까지 합니다.”

2010년 6월 윤출호(50)씨는 아들 윤영준 이병이 복무하던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주저앉았다. 아들이 ‘한밤 중에 근무지 초소에서 목을 맸다’는 통보였다. 3일 후면 신병위로휴가를 나오기로 돼있던 아들이 유서 한 장 없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윤씨는 믿을 수가 없었다. 두 달 전 첫 면회를 갔을 때 “군대에 오니 배울 것이 정말 많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밝게 웃던 아들이었다. 윤씨는 “긍정적으로 군 복무를 하던 아이가 구타 없이 상급자의 폭언만으로 자살했다는 헌병의 수사 결과를 어떻게 믿겠냐”며 “지난 4년간 군에 줄기차게 아들의 정확한 사인 규명과 순직처리를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윤씨는 “사인 납득을 위해 수사결과물 열람 등을 요청했으나 지금껏 구체적인 수사기록 한 쪽도 본 적이 없다”며 “죽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난 아버지 자격도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을 두고 온 사회가 공분하자 군 의문사ㆍ자살자 피해 유족들은 이미 또 한 번 고통에 치를 떨었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에 입대했다가 잃은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떨구었고, 명확한 사인 규명조차 없이 ‘자해 사망자’로 분류돼 있는 처지에 가슴을 쳤다. 사건의 전모를 확실히 알게 된 윤 일병의 부모가 부러운 이유였다. 그 때나 지금은 군은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며 유족들은 국가 차원에서 군을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2005년 경기 파주에서 복무 중이던 아들 고 손상규 중위가 자살했다는 군의 통보를 받은 이옥희(58ㆍ여)씨 역시 “윤 일병의 부모가 부럽다. 아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알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이 잔인한 일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통스럽다. 난 악마가 아니다”고 울먹였다. 군은 이씨에게 성실하게 복무하던 아들이 ‘탈영 후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고 통보했다. 이씨는 “아들이 목을 맸다는 나무가 혼자 오르기엔 불가능할 만큼 높았다”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동료 장교들은 입을 다물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또 “진상규명위원회가 소집돼 조사를 했지만 아들이 죽은 지 10년이 다 되도록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슬퍼했다.

25년 전 강원 벽제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아들 권오승 이병을 총기사고로 잃은 김옥자(73ㆍ여)씨는 “윤 일병 사건을 보면 군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관련자 처벌을 주저하고 있다”며 “군의 이러한 폐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부모도 아들을 군대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3월 원통에서 복무 중이던 김문환 일병의 총기자살 소식을 통보받은 어머니 이동애(64)씨도 “아들이 죽은 지 1년 만에 아이 아버지도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간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진상조사를 해달라는 요구에도 군은 묵묵부답이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국방부 청사 앞에는 가족의 명예회복을 원하는 군 의문사ㆍ자살자 피해 유족 50여명의 절규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들은 “군 수사당국이 일방적으로 사망원인을 자살로 결론, 100명이 넘는 사망자들이 ‘자해사망 군인’으로 분류돼 있다”며 “국가를 위해 군 복무하다 사망한 아들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명예를 찾아 달라”고 요구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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