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임금인상·배당확대 소지… 임금 올려 주면 정부가 세금 지원
소액주주 체감 감세 효과는 미미… 재계 반발·여야 이견 실현 미지수
가계소득증대 3대 세제(근로소득증대, 배당소득증대, 기업소득환류)는 2014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업들이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 투자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채찍(과세)과 당근(세금 감면)을 동원해 가계수입을 늘리는 등 돈이 가계로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자에까지 혜택이 돌아가게 한 데다, 배당 혜택은 대주주에게 집중될 소지가 다분하다. 생색은 잔뜩 냈지만 실제 근로자나 서민보다는 고소득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부자감세 2탄’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고액연봉 기준이 2억원?
직전 3년 임금(비과세소득을 뺀 급여 및 상여) 증가율의 평균을 넘는 증가분에 대해 기업에게 3년간 10%(대기업 5%) 세액공제를 해주는 게 근로소득증대세제다. 예컨대 3년 평균 임금이 5,100만원, 5,300만원, 5,400만원(평균 증가율 2.6%)이라면 다음 해엔 150만원(증가율 2.85%) 정도는 올려야 세제 지원을 받는다. 임원, 최대주주(개인사업자)와 친족관계인 근로자, 고액연봉자는 평균 임금 산정에서 뺐다.
문제는 2억원으로 설정한 고액연봉 기준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고액연봉의 기준을 7,000만~1억원 수준으로 예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2배 이상 뛰었다. 월 급여가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이들의 임금 인상까지 정부가 세금을 지원해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빗발친다.
일반 근로자의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기업이 숫자가 많은 일반 근로자의 임금을 묶어두더라도 급여 수준이 높은 고액연봉자의 임금을 크게 올리면 평균 임금이 증가해 부당 감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결국 서민들의 월급은 그대로인데도 기업만 세금 혜택을 누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무늬만 서민 세제
배당소득세제는 배당수익률과 총 배당금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배당 주주의 세금을 3년간 깎아주는 제도다.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10% 이상, 배당수익률이 50%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30% 이상 증가한 주식이 해당된다.
소액주주는 세율이 14%에서 9%로 낮아진다. 연간 배당소득이 500만원이라면 세금 부담이 70만원에서 45만원으로 36%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30대 개인의 경우 주식보유 규모가 평균 2,700만원이고, 배당률이 1% 안팎(배당금 27만원 안팎)인 걸 감안하면 소액주주가 체감하는 세금 감면 효과는 거의 없다.
반면 부자나 재벌, 대주주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금융소득 연 2,000만원 초과)는 최고 38% 세율에서 25%의 단일 분리과세 적용을 받는다. 세금 할인율은 20% 정도다. 대주주가 배당을 직접 결정하는데다, 주식 보유 규모 역시 소액주주를 압도해 소액주주(36%)보다 할인율은 적지만 실제 감면 금액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배당소득세제는 ‘서민의 탈을 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받는다. 야당은 “이건희 삼성 회장 200억여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100억여원의 세금이 깎이는 재벌 감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내유보 징벌 과세 가능할까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재벌계열사가 당기 소득의 60~80%(주로 제조업)를 투자 인건비 배당에 쓰거나(1안), 20~40%(서비스업)를 인건비 배당에 쓰도록(2안) 유도하는 세제다. 기업 사정에 따라 업종 상관없이 1, 2안 중 선택할 수 있다. 세율은 10%로 정했다.
예컨대 세금 발생 구간을 당기 소득의 70%로 설정해보자. 100억원을 벌어들인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등에 60억원을 썼다면 남은 10억원에 10% 세율을 적용해 1억원이 추가 과세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당장 재계는 징벌 과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임금 대신 배당을 늘리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면 대주주들이 배당소득세제에서 추가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기업 부담을 더 늘리는 쪽으로 설계하라고, 여당에서는 오히려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터라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첫 과세 시점이 다음 정부(2017년)라는 점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