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전파 가능성 등 면밀히 검토
"주민 신고 꺼리고 시신 몰래 매장 공식 사망집계보다 50% 많을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전문가 긴급위원회 회의를 시작했다.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 주목된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번지고 있는 에볼라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이 회의에서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가간 전파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파될 우려가 크다는 판단을 내리면 PHEIC를 선언하고 여행 자제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안을 제시하게 된다. 이번 회의는 지역별 전문가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전화 컨퍼런스 형태로 진행된다.
WHO 긴급 위원회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서도 회의를 열어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이지만 사람과 사람 간 전파 증거가 없어 PHEIC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라고 결정했다.
외신들은 한편 에볼라 감염 환자 및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에서는 6일 하루 에볼라 감염 의심 환자가 5명 추가 확인돼 총 8명으로 늘어났고, 이 가운데 두 명은 사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에볼라 감염이 의심돼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남성이 숨졌다. 이 남성은 최근 시에라리온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바이러스성 출혈열 증세를 보였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선교활동 중인 스페인 신부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스페인 자선단체 후안 시우다드 ONGD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겔 파하레스(75) 신부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의 한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 여부 테스트를 받았다”며 “양성 반응이 나와 현재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아프리카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두 명 중 한 명인 낸시 라이트볼(59) 간호사가 이날 귀국해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라이트볼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 임상시험 중인 에볼라 치료 약물을 투여 받고 병세가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BS방송은 라이베리아에서 활동하는 의사를 인용해 서아프리카의 실제 에볼라 감염ㆍ사망자 수가 WHO 공식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의사는 현지 주민들이 에볼라 환자 발생 보고를 꺼리고 의심 증세를 보이는 친지를 숨기거나 감염자 시신을 몰래 매장하고 있다며 에볼라 사망자는 WHO 공식 집계보다 최소한 50% 이상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6일 현재 주요 발병 3개국의 에볼라 감염자는 1,711명이며 이 가운데 932명이 숨졌다.
한편 23년째 시에라리온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순복(57) 선교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40여 명의 교민이 수도 프리타운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데 사업관계상 철수가 어려운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교민이 이번 주와 다음 주 중 거의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1일 국가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어제는 에볼라 차단을 위해 하루 동안 ‘전국민 외부출입 않는 날’로 정해 군인들이 배치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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