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는 색깔에 비유한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레드오션(red ocean) 블루오션(blue ocean) 녹색경제(green economy) 갈색경제(brown economy) 등으로 다양한 색깔이 선보인다. 블루(blue)와 가까우면 좋은 의미고, 레드(red)와 가까우면 좋지 않다. 레드오션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여 붉은(red)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을 의미한다. 반면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을 가리킨다. 갈색경제는 화석연료를 태워야 돌아가는 경제다.
▦ 청색경제(blue economy)라는 용어도 나왔다. 시사상식사전 등에 따르면 청색경제는 우주(blue sky), 해양(blue ocean), 극지(blue polar region)의 청색과 블루오션을 포괄하는 용어로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경제를 의미한다. 벨기에 환경운동가 군터 파울리가 처음 주장했다. 자연의 원리나 영감을 받는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핵심이다. 그런데 정작 청색기술이라는 용어는 이 분야 국내 전문가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 만들어 특허등록을 했다.
▦ 파울리는 2010년 저서 청색경제에서 “10년 안에 혁신기술 100가지로 1억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청색기술이란 광합성에서 영감을 얻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파울리의 말대로라면 2020년까지 지구상에 1억 개의 청색일자리가 생긴다는데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파울리는 청색경제는 자연의 창조성과 적응력 풍요 등의 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의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 청색경제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6월 한국기계연구원과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가 ‘미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자연모사 청색기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강조해왔던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이나 움직임은 거의 없다. 이인식 소장은 “엄청난 돈벌이가 될 청색경제에 도무지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담당자들이 관심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 소장이 조만간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청색기술포럼’을 공식 발족할 계획이라니 활약을 기대해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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