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살리기 포석을 담은 ‘2014년 세법개정안’ 정부안이 어제 발표됐다.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깊이 가라앉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 진작을 겨냥한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도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가계소득 증대 세제는 기업 혜택을 가리기 위한 실속 없는 장식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가계소득 증대 실효성과 기업 지원의 정당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이유다.
최 경제부총리는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문제가 고착화 하지 않도록 재정ㆍ금융과 함께 조세정책도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운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개정안은 ‘친기업적’이라고 할 만한 다양한 당근책을 마련했다. 중소ㆍ중견기업 가업승계 시 세제혜택 확대는 업계의 오랜 요구이기도 했다. 서비스업 및 기업 지방 투자에 대해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한 것이나, 중소기업 설비투자에 대해 조기 비용처리가 가능하도록 가속상각을 허용한 것 역시 상당한 투자촉진 효과가 기대되는 시책이다.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기업의 과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곧 ‘기업소득 환류세제’ 역시 재계의 반발을 수용해 3년간 한시 시행하는 것으로 원안보다 완화했다. 과세 범위를 누적 유보금을 제외한 신규 유보금으로 줄이고, 대상 기업 역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 한정했다. 전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구체적 세제지원이 두드러진 반면, 사내유보금 과세안 등이 후퇴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이은 ‘재벌 감세 2탄’이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의 핵심 축인 사내유보금 과세안의 후퇴는 가계소득 증대책 전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당소득 증대 세제’는 평균 소비성향이 높아 소비 진작에 효과를 낼 저소득층보다는 외국인과 기관,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오히려 ‘부익부’만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임금을 올린 기업에 대해 임금 증가분의 10%(대기업 5%)를 세액공제 하는 ‘근로소득 증대 세제’ 역시 기업들이 임금을 안 올리고 세액공제도 안 받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기업 지원을 위한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야심 차게 선전한 가계소득 증대 세제가 시늉뿐인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해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에 과감한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감안해서라도, 세제에서 후퇴할 거라면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업의 적절한 투자와 임금 상승을 유도하는 방안이 담보돼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루 앞서 발표한 자체 개정안을 통해 유효한 논점들을 제시한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야가 치열한 논의를 통해 최선의 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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