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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병영의 폭력

입력
2014.08.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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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내 폭력으로 숨진 윤 일병 사망 사건의 가해자는 두 명의 병장과 두 명의 상병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명의 상병 역시 얼마 전까지 두 명의 병장에게 구타를 당하는 처지였단다. 여기서 야만적 사슬의 뻔한 속성이 드러난다. 폭력의 주체가 폭력의 객체에게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에 가담케 하면서 존재감을 인정하는 전략을 취하는 거다. 이 시험에 직면한 자는 사실상 자기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과 맞닥뜨린다. 폭력의 주체는 교활하게 회유한다. 너도 해봐, 지배하는 쾌감을 느껴봐, 망설이지 말고 해보란 말야. 그때 양심을 던지고 그걸 보란 듯이 해낸 자는 곧바로 폭력 주체의 일원으로 수용되고 피해자의 위치에서 비껴난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깊은 폭력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어렵게 벗어난 피해자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잔인하고 악랄한 폭력의 집행자가 되면서 내면이 파괴되는 것이다. 반면, 개인의 윤리에 따라 폭력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한 자는 상대방의 위악마저 건드리면서 폭력의 무차별한 타깃으로 전락한다. 당연히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에겐 엄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 속에 깃든 이 뿌리 깊은 야만성, 비겁과 이기심과 악마적 계급주의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고등동물의 잔인함을 사람들에게 가급적 구체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들이 나는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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