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프리카 정상회의 400여명 공간 모자라 대형 텐트 동원
330억 달러 규모 투자 발표 1000억 달러 인프라 기금 추진도
미국ㆍ아프리가 정상회의 공식 만찬이 열린 5일 저녁 백악관. 경제 신대륙으로 떠오른 아프리카를 껴안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련한 역대 최대 만찬 행사가 열렸다. 아프리카 40여개국에서 온 정상과 대표단은 400여명. 공간이 모자라 백악관 사우스론에 대형 텐트까지 쳤다. 오바마는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아프리카의 아들을 자처했다.
“나는 미국 대통령이자 자랑스런 미국인이다. 또한 나는 아프리카의 아들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 케냐 출신 경제학자의 아들인 오바마는 아프리카와 미국을 ‘우리’라며 “바로 우리가 역사를 만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아프리카를 위해 함께 가자”며 ‘뉴 아프리카’를 외쳤다. 많은 정상들과 이들이 모두 흑인이란 사실은 백악관 만찬을 더 감격스럽게 만들었다.
이날 낮에 열린 미국-아프리카 기업포럼 연설에서 오바마는 비즈니스맨으로 돌변했다. “우리 협상합시다”라며 거대한 게임을 제안했다. 중국을 겨냥한 듯 “아프리카를 자원으로 보거나, 성장을 위해 지하자원을 캐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방향을 제시하고 동반자 관계를 약속했다. “아프리카가 미국 물건을, 미국이 아프리카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오바마의 ‘세일즈 피치’(구매 상담)에 즐거운 모습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경제 이슈가 우선되면서 아프리카의 민주화는 모깃소리처럼 작아졌다. 민주화가 선행돼야 경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기존 미 정부 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바마는 이날 전력망 확충에 120억달러, 코카콜라의 50억달러를 비롯해 모두 330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투자를 발표했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매칭펀드로 1,000억달러의 인프라 개발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5월 아프리카 순방 때 차관 300억달러, 직접투자 1,000억달러를 약속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아프리카 모든 지역, 모든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비쳐지는 사태를 언급하고 “서방 언론이 아프리카에 공정하지 않다”고 불평했다. 미국의 본격적인 아프리카 구애인 이번 정상회의는 6일까지 계속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