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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그네 탄 만신과 신명의 굿판, 극장서 펼쳐진 한국 샤머니즘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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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그네 탄 만신과 신명의 굿판, 극장서 펼쳐진 한국 샤머니즘의 정수

입력
2014.08.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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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예술축제 '탈고사'

서울 국립극장에서 5일 열린 탈고사에서 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이용녀 만신이 그네 작두를 타고 있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서울 국립극장에서 5일 열린 탈고사에서 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이용녀 만신이 그네 작두를 타고 있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만신이 그네에 올라 작두를 탔다. 지붕 철골에 매달아 늘어뜨린 스무 발 무명천의 맨 아래에서 굴림대처럼 작두를 밟고 날아 올랐다.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던 춘향이보다 날렵하게 커다란 원호를 그렸다. 방금 맨 앞 관객에게 시퍼런 날을 확인시켰던 바로 그 작두 아닌가.

탁월한 냉방 시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분명 찜통 열기로 휘감겼을 현장이다. 600석 좌석에 계단도 모자라 극장 바닥까지 임시 객석으로 변통하니 얼추 720여명은 그 판을 지켜봤으리라고 주최 측은 짐작한다.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은 5일 오후 8시부터 꼬박 두 시간을 가장 한국적인 샤머니즘의 현장, 완벽한 굿판에 내주었다. 가을에 있을 제55회 한국민속예술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탈고사’. 정형화한 제의인 동시에 살아있는 무대였다.

그네작두의 주인공인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이용녀 만신이 공수를 하고 만복을 기원하자 구경꾼들이 주섬주섬 앞으로 걸어 나와 지전(紙錢)을 제단 앞에 바쳤다. 이내 수북해졌다. 앞섶 혹은 갓끈과 얼굴 사이에 돈을 찔러 두던 만신은 더욱 신명을 내 공수를 했다. 기복은 아니었다. 제발 탈 없이 해달라고 기원하는 탈고사였다. 굿판 전면에 커다랗게 내걸린 처용의 화상은 바로 그 벽사(僻邪)의 염원을 에누리없이 형상화하고 있었다.

채 피어나지 못하고 진도 앞바다에 수장된 저 어린 혼들을 위로하는 굿판에 누군들 마음이 동하지 않았으랴. 사회를 맡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진옥섭 예술감독이 “공연도 아니고 고사인데 이렇게 기를 쓰고 오실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며 열었던 판이다. 사당놀이, 판굿, 소고춤 등 각처의 민속놀이패가 모인 무대 뒤편에는 다음 준비를 하느라 부산 떠는 소리가 팔도 사투리 버전으로 밀려 오고 있었다. 꼬마 무동이 포함된 사물놀이패가 선보이는 자반뒤집기의 뒤, 간드러지는 태평소 소리가 솟구쳤다.

거의 암전 상태로 불이 꺼졌고 최초의 미공개 동영상이 상영됐다. 1936년 일제의 방송국 JODK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던 황해도 사리원의 봉산탈춤 현장이었다. 1958년 정부 수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시작한 이래 1967년 참여했던 탤런트 고두심 등 알만한 사람들의 영상 기록이 펼쳐졌다. 낮은 감탄이 새나왔다.

저 흐드러진 기원의 기운을 받은 본행사 즉 제55회 한국민속예술제축는 10월 2~5일 강원 정선에서 개최된다. 이날 제의를 집전하는 헌관으로 전정환 정선군수가 참석한 것은 그래서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가수 장사익은 왜 나와 ‘봄날은 간다’를 무반주로 불렀을까. 진 감독의 말. “상가에서 아카펠라로 상주 눈물 닦아주는 소리꾼”이란다. 어린 혼백들은 위로 받았을 것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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