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간 먹으면 눈 기생충 감염 일으킨다
생간을 먹으면 눈개회충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개회충이 일으키는 눈개회충증은 눈에 염증뿐만 아니라 망막세포를 파괴해 시력을 떨어뜨린다.
그동안 이런 개회충증은 개나 고양이 등의 배설물에서 떨어진 기생충 알에 오염된 토양이나 음식물을 통해 감염됐는데, 생간 섭취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처음 규명됐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최근 어린이보다 어른이, 시골 생활자보다 도시 거주자가 눈개회충증에 더 많이 감염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열대감염질환 분야 저명 학술지인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최근호에 실렸다.
우 교수는 2009년 1월~2013년 6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눈개회충증 진단을 받은 환자 101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 중 여성은 25명이었고 남성은 76명이었다. 또 시골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25명이었지만 도시 거주자는 76명으로 시골 거주자 보다 3배 정도 많았다.
눈개회충증에 감염된 환자 52명과 다른 일반 안과질환으로 내원한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비교 조사한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 눈개회충증에 감염된 사람 중 81%의 사람은 최근 생간을 섭취한 경험이 있었다.
홍성태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동물에서 개회충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 간인데 소의 간을 익히지 않고 바로 먹으면 개회충을 같이 먹게 되는 셈”이라며 “서양에서는 개회충증에 감염된 대부분 사람이 20세 미만 어린이이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에서는 30세 이상의 성인 환자가 더 많은 이유는 소의 생간을 먹는 음식문화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생간의 표면과 내부에 중증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O-147균)이 발견한 뒤, 지난 2012년 7월부터 소의 생간을 요리로 팔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우 교수는 “한국은 아직도 각종 민간요법으로 생간을 섭취하고 TV에서도 생간 먹는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하는데 매우 우려스럽다”며 “생간은 가열한 뒤 먹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생간 섭취로 인한 눈개회충증이 발병된 경우 기생충약과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몸 안에 있을 기생충을 박멸하고 염증을 줄여야 한다”며 “개회충증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생간 판매에 대한 법적인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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