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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는 지금 '편집 전쟁' 중

입력
2014.08.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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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가 '편집 전쟁'으로 시끄럽다. 오른쪽은 설립자 지미 웨일스의 캐리커쳐.
위키피디아가 '편집 전쟁'으로 시끄럽다. 오른쪽은 설립자 지미 웨일스의 캐리커쳐.

‘과거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현재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옛이름이다. 그러나 과거 콘스탄티노플과 지금의 이스탄불 위치가 겹치는 구역만큼이나 겹치지 않는 구역들이 많다면 과연 콘스탄티노플과 이스탄불을 같은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얼핏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나 인터넷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함께 정보를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는 크게 논쟁이 됐던 주제 중 하나다. 이 논쟁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위키피디아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집전쟁’이 도를 넘어 위키피디아에 담긴 정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관리ㆍ수정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일컫는 ‘위키피디언’들이 각각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보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정보의 내용이 통일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익명으로 내용을 새로 올리고 편집할 수 있는 구조다. 위키피디언들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반복적으로 악의적인 편집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등의 역할을 한다. 영어로 쓰여진 위키피디아 정보만 450만 건 이상에 이른다.

위키피디언들은 최근 나치가 달을 정복했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이 위키피디아에 떠돌며 신뢰도를 떨어뜨리자, 이를 찾아내 수정했다. 누가 봐도 문제가 되는 내용은 적절한 감시와 수정을 통해 위키피디아 정보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위키피디언들 사이에서는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북극곰을 설명하는 내용과 관련해 ‘귀엽다’고 설명된 부분으르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귀엽다’는 의미가 매우 주관적인 것인데, 백과사전에서 사물을 설명하는 단어로는 적합하냐는 것이 논쟁의 요지였다. 이 논쟁은 ‘귀엽다’는 단어를 빼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며 일단락됐다.

BBC는 위키피디아의 편집전쟁을 성격상 크게 ‘참여주의자’와‘삭제주의자’로 나뉘는 위키피디언들간의 충돌로 해석했다. 참여주의자들은 위키피디아에 대중의 참여도가 높아지면 여러 오류나 문제가 수정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그러나 삭제주의자들은 참여주의자들의 주장이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이 가진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과 흡사하다고 반박한다.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감시와 삭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위키피디언인 로버타 웻지는 “위키피디언들 사이에 생산적이지 않고, 쓸모 없는 논쟁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그리스 사람인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을 단순히 미국인(American)과 그리스계 미국인(Greek-American)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면 더 좋겠느냐는 식이다. 웻지는 “위키피디언들이 더 나은 정보를 위키피디아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노력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아직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전했다.

BBC는 “몇몇 편집전쟁이 최근 소송으로 번지려는 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노력이 논리와 설득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BBC는 “위키피디언들의 편집전쟁으로 인해 다수의 협력이나 경쟁으로 얻은 지적 능력이 기반인 위키피디아에 새로운 일반 사용자가 점차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것은 위키피디아의 자멸을 뜻한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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