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되기 나흘 전 "항소심 선고 연기"
검찰 항소 안 한 상태… 소년법 적용, 법정 최저형에 못 미치는 2년 선고
여중생을 성폭행한 소년범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 성년이 되기 나흘 전에 선고를 연기해 1년을 감형 받았다. 판사는 죄질이 나쁘다고 봤으나 법정 최저형에도 못 미치는 징역 2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규진)는 지난해 10월 A(당시 14세)양을 담배를 주겠다고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로 기소된 박모(1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박씨는 1심에서는 단기 2년~장기 3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에는 미성년자였다.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정(矯正)에 무게를 두고 있어, 단기와 장기로 구분된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기관장이 평가해 형집행을 조기 종료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법무부는 소년범이라도 성범죄자 등 강력범에 대해서는 장기형을 채우도록 하고 있고, 박씨는 3년 형기를 채울 상황이었다.
박씨는 “형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박씨가 또래보다 건장한 체격이고, 알게 된 지 며칠 안된 중학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다른 범죄로 보호관찰 중이어서 재판은 불리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선고 직전 박씨가 성년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박씨측 변호인은 선고 이틀 전인 지난 달 2일 “마지막으로 피해자와 합의할 기회를 달라”며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 합의는 되지 않았고, 선고가 2주일 미뤄지면서 7월 6일이 생일이었던 박씨는 성인이 됐다. 일반적으로는 선고 시점 기준 소년범이 아닌 성인 사범이 돼 더 높은 형량을 받아야 옳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상황이라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 때문에 재판부가 형을 높일 수 없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이 선고한 부정기형 중 최단기 형인 징역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모든 감경요소를 적용해도 징역 2년 6개월 이상이 선고된다. 결국 박씨는 선고 연기를 통해 최소 6개월, 최대 1년을 감형받게 된 셈이다.
한 현직 판사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사가 성년 시점까지 연기를 요청하면 재판부로서는 속수무책”이라며 “성년 시점을 이용해 감형을 받아내고 성공보수를 받는 식인데 경험 많은 변호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항소하면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할 수 있지만 원심의 형량이 적정해도 소년범의 나이가 찰 것을 대비해 무조건 항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검찰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년범 중에서 성범죄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는 대응책이 필요하겠지만, 어떻게 항소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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