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 CJ에 수출용 납품
경남 함안군의 한 공장 입구. 공기 분사기로 몸에 있는 먼지 등 이물질을 날려보내고 흰색 위생복을 입는다. 위생 모자와 마스크, 장화를 착용하고 접착식 롤러를 이용해 혹시 있을 머리카락과 이물질을 떼어낸 후, 솔과 비누로 손을 씻고 알코올로 소독한다. 이후 에어 샤워장에 들어가 또 다시 수분간 먼지를 떨어낸 다음 생산 라인에 들어간다.
반도체나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 얘기가 아니다. 중소 식품업체인 한국농수산의 김치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올 2월부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한국농수산은 1990년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일본 수출용 김치를 생산해 오다 2년 전부터는 CJ제일제당에 일본 수출용 김치를 납품하면서 지난해 800만달러(약 82억6,000만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다른 김치 제조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10~15% 가량 감소하고 있지만, 한국농수산의 품질 경영이 알려지면서 이곳 김치는 매월 5~10%씩 물량이 상승하고 있다.
박무지 한국농수산 대표는 “식품수입에 있어서 일본은 까다로운 규정을 앞세우기 때문에 그만큼 품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중소기업으로서는 안전관리 기법과 직원 교육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박 대표는 중소기업의 품질안전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이 출범시킨 식품안전상생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상생협회와 박 대표는 우선 일본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머리카락 제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장 작업자들이 현장에 들어가면서 나올 때까지 모든 공정에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지 체크를 하고, 매일 일지를 쓰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전에는 현장이나 제품에서 수십 개까지 나오던 것이 이제는 1, 2개에 나오는 것에 그치고 있다. 박 대표는 “제품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돼 반품됐을 경우에도 예전에는 무조건 사과하고 비용을 지불했지만 시스템 도입 후 변색 정도에 따라 제품에서 발견된 건지, 고객이 포장 개방 후 먹다가 발견된 건지를 확인해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재료일 때부터 제조, 출고에 이르기까지 금속 검출기와 X레이 기기를 활용한 이물질 검사를 실시, 이물질이 나올 경우 정확하게 역추적으로 조사해 원인을 바로잡고 있다.
박 대표는 “설비를 활용하는 노하우와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직원들의 위생 인식도 변화했다”며 “안전하고 맛있는 김치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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