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은 이미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에 확보한 정보는 폐기하는 등 관련법 시행에 앞서 준비해 왔다. 하지만 업무상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며 난감해 하는 업종도 여전하고, 또 적법한 범위에서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한 경우에도 수집금지 업무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금융거래와 관련한 업무에 한해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거래 업무와 부수업무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예컨대 고객이 자신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상담을 받을 때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할 지 여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카드업계는 결제내역 조회 등 콜센터 상담업무의 경우 본인인증 시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직접적인 금융거래가 아니다 보니 다른 인증수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도 신용정보보호법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데 ‘불가피한 경우’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지 불명확하다. 일부 보험사들은 7일부터 마케팅동의서 등 부수업무와 보장내역, 납입보험료 등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전화상담 외에 단순상담 때도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기로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본인인증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주민번호 수집은 7일 이후에도 가능하지만 용도는 본인 확인으로 대폭 제한된다. 문제는 미납 요금에 대한 채권 추심인데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이 없는 상태여서 내년 2월까지 계도 기간을 두고 주민번호를 활용할 예정이다. 대신 이 기간에 정부, 금융기관과 대체 수단을 논의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유통업체들은 이달부터 주민등록번호 대신 휴대폰 인증제도나 마이핀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5일부터 회원가입시 휴대폰과 아이핀 인증을, 신세계백화점도 본인확인용 휴대폰 인증제도를 전점에서 시행한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전자서명신청서를 통해 가입을 받으며 휴대폰과 마이핀 인증을 통해 본인확인을 하고, 롯데마트는 5일부터 휴대폰 인증을 통해 회원가입을 받는다. 옥션은 지난 해 2월부터 주민번호 대신 휴대폰인증과 아이핀 인증을 통해 회원가입을 해오고 있으며 이달 중 수집한 주민번호 정보도 폐기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홈페이지 가입과 관련 2012년부터 주민번호 수집을 중단했다. 또 아이핀 인증과 휴대폰 본인인증을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도 끝마쳤다.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회원 가입이 활발한 항공사들도 주민번호를 대체할 인증수단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일부터 스카이패스 회원 가입 시 마이핀 번호를 입력하도록 하고 수집된 정보도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 항공도 회원 가입 양식에서 주민번호를 삭제하고 마이핀 항목을 추가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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