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치료법 개발 새 장 열어
유산균음료 CF로 익숙한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21세기에 들어서며 조금씩 확인됐지만 암으로 진행되는 정확한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 수수께끼를 연세대 이용찬 의과대학 교수와 치과대학 육종인ㆍ김현실(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위장 점막에 사는 나선형 세균인 헬리코박터균과 위암 사이의 분자학적 연결고리는 헬리코박터균이 생산하는 종양단백질(CagA)이다.
암세포의 상피간엽이행(운동성을 획득하는 현상)을 유도하는 단백질(Snail)을 인산화효소(GSK-3)가 분해하면 암으로 진행하지 않는데, 종양단백질이 인산화효소 활성화를 막는 것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이 상피간엽이행을 촉진시켜 결국 암으로 진행되는 게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의 상관관계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과 달리 헬리코박터균을 가진 위염 환자 조직의 점막 상피에서 암을 촉진하는 단백질(Snail)이 증가한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확인했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남녀 모두 가장 흔하게 걸리는 암으로 전체 암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는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보균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약 70%나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의 종양단백질을 겨냥한 새로운 화합물을 발굴한다면 위암 발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용찬 교수는 “치명적인 위암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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