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연구 세계적 권위자 사사이 요시키 이화학硏 부소장
중간보고서 발표 앞두고 심적 압박 논문 주도한 오보카타에 유서 남겨

배아줄기(ES)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만능 STAP(자극야기 다기능획득)세포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연구센터 부소장이 5일 자살했다. 논문내용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날조 논란에 휩싸인데다, 공동저자마저 자살하면서 STAP세포를 둘러싼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사이 부소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고베시 이화학연구소 연구동 5층 계단 난간에 밧줄로 목을 메 숨져 있는 것을 순찰중이던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사사이 부소장은 반팔 셔츠와 바지 차림이었고, 옆에는 신발과 가방이 놓여있었다. 가방속에는 사사이 부소장이 이화학연구소 간부들에게 보내는 3통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한 통은 STAP세포 논문집필을 주도한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이화학연구소 연구주임에게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날조 논란속에서도 STAP세포의 존재 가능성을 꾸준히 주장해온 사사이 부소장의 자살로 STAP세포 연구는 사실상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TAP세포는 올 1월 30일 오보카타 주임이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STAP세포는 약산성 용액에 세포를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과학계는 STAP세포가 기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에 비해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제작이 가능한데다 유전자마저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생명과학 상식을 뒤집는 성과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오보카타 주임이 발표한 연구논문을 검증하는 학자들이 “논문에 쓴 사진이 부자연스럽다” “논문대로 실험을 해도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검증 과정에 배아줄기(ES)세포가 섞였을 가능성을 제기, 날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오보타카 주임은 “200차례 이상 STAP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반박했고, 사사이 부소장도 기자회견을 자청, “ES세포 운운은 과학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억지로, STAP 현상은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며 오보타카 주임을 두둔하고 나섰다.
하지만 STAP세포 논문에 참여한 또 다른 공동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학 교수는 이후 “오보카타 주임이 건네준 STAP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이 나타났다”며 논문의 결점을 자인했고, 논문을 발표한 네이처도 최근 논문게재를 취소하면서, 사사이 부소장의 권위도 상당히 실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STAP세포 논문 문제가 불거진 뒤부터 사사이 부소장은 신경과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며 “이화학연구소가 이달 STAP세포를 둘러싼 중간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어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자살 원인을 분석했다.
사사이 부소장은 1985년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 36살에 교토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0년 이화학연구소로 옮겨 2013년 부소장으로 승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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