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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과일의 공세, 밀리는 토종 과일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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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과일의 공세, 밀리는 토종 과일을 구하라

입력
2014.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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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수입 작년보다 87% 급증 / 망고는 4년 전 비해 6배 이상 껑충

국산 대표주자 수박ㆍ참외는 매출 뒷걸음질...농가 시름 깊어져

정부, FTA 반대로 이어질라 우려, 작은 포장 유도 등 대책 마련 부심

주부 김모(55)씨는 올 여름부터 마트에 갈 때마다 미국산 체리를 산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산 과일보다 비싸 좀체 손이 가지 않았는데 최근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졌기 때문. 김씨는 “수박이나 참외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것도 체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과일의 농약 표본검사 결과를 노심초사 기다렸다. 혹시 체리에서 농약이 검출되면 체리의 파죽지세를 꺾을 수 있을까 하는 우스갯소리가 퍼진 탓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농약은 검출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실 농약이 나오면 역풍을 당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대책은 만들어야 하는데 오죽하면 그런 기대를 했겠느냐”고 귀띔했다.

체리 망고 등을 앞세운 수입 과일의 공세가 매섭다. 값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워 가끔 맛이나 보던 ‘외제’ 에서 이제는 국산 과일이 차지하고 있는 주류의 위상까지 넘보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당국 입장에선 국내 과수 농가의 수익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수입 과일의 증가세는 가파르다. 체리는 지난해 수입액 기준으로 4년 전보다 3.5배, 망고는 무려 6배 이상 늘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여름 과일 매출액은 체리가 전년보다 86.7%나 급증한 반면, 국산 여름 과일의 대표 주자인 수박과 참외는 각 마이너스(-) 16.8%, -23.8%에 그쳤다. 수입 과일이 국산 과일을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입 과일 돌풍의 가장 큰 원인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과일류 수입은 FTA 체결 이전인 2003년 대비 금액 기준으로 3.3배(2억8,600만달러→9억2,900만달러)에 달한다. 연평균 12.5%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미국(37.9%) 아세안(35.5%) 칠레(17.6%) 등 FTA 체결국가로부터의 수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에서 체리, 필리핀 등에서 망고 등이 풍작이 나면서 물량이 늘어난데다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는 추세. 농협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미국 내 체리 주산지인 워싱턴주의 생산량은 작년보다 18%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이 체리 수출의 17%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일부 국산 과일은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배(2010년 30만8,000톤→지난해 28만2,000톤) 단감(2010년 18만톤→지난해 16만톤) 포도(2010년 30만5,000톤→지난해 27만8,000톤) 등이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쌀 시장 개방, 한중 FTA 등 농심(農心)을 자극할만한 사안이 많은데 수입 과일 소비 증가가 자칫 FTA 반대 논리로 사용될까 봐 걱정이고, 한편으로는 국내 과수업계의 형편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체리처럼 먹기 편한 중소 과일 품종을 육성해 보급하고,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과일의 소포장화도 유도하고 있다”며 “각종 과일 축제나 데이(Day)를 통해 국산 과일 소비 촉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 과일의 공습에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과일의 생산 면적, 생산량에 아직 큰 변화가 없고 가격도 안정적인 편이지만 수입 과일 소비가 계속 증가하면 수출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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