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화에 대한 모 구단 전력분석원의 평가였다. 우승 청부사 김응용(73) 감독을 영입하고도 9개 구단 중 꼴찌에 머물자 “한화가 4강에 가려면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선수 한 두 명 영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도 한화는 4일까지 34승1무53패로 최하위다. 시즌 초반 다 잡은 경기를 여럿 놓치면서 승수-패수의 차이가 벌어져 버렸다.
그런데 팀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다르다. 젊은 선수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긍정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이태양(24), 7억팔 유창식(22), 코끼리 감독이 콕 찍은 송창현(25)이 중심에 있다.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숱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어낸 한화는 이미 ‘영건 삼총사 업그레이드’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핵심은 맞춤형 훈련이다. 선수들의 몸 상태에 맞게, 약점만을 집중 보완하는 핀 포인트 전략을 쓰고 있다. 정민철 투수 코치는 “시즌이 한창이라 완전히 뜯어고치기는 불가능하다. 가장 취약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운동 능력이 서로 다르다. 몸이 다르기 때문에 훈련 방식도 다르다”고 했다.
이태양은 포수를 홈플레이트 앞에 앉혀 놓고 불펜 피칭을 한다. 실전에서 공을 던지는 거리(18.44)m 보다 2~3m 짧은 15~16m짜리 피칭이다. 정 코치는 “이태양은 겨우내 선발 투수로서 몸을 만들지 않았다. 힘이 달릴 수 있다”며 “포수를 가까이 앉혀 놓고 직구 제구만 잡는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등판 하루 전 불펜 피칭을 하는 것도 이태양의 특징”이라고 했다.
유창식은 팔꿈치 통증으로 불펜 피칭을 거의 하지 않는다. LA 다저스 류현진(27)과 닮았다. 한화는 시즌 초 에이스 역할을 하다가 2군과 재활군을 오가던 유창식의 몸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간혹 불펜 피칭이 꼭 필요할 때도 마운드가 아닌 평지에서 공을 던지게 한다. 아무래도 팔꿈치에 부담이 덜 간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양이 포수를 앞으로 당겼다면, 유창식은 자신이 앞으로 가서 던진다.
지금은 2군에 있지만 송창현도 맞춤형 훈련으로 성장하고 있다. 들쭉날쭉 한 제구가 골치거리인 탓에 ‘살살’ 던지면서 힘 빼는 연습을 주로 했다. 포수의 위치, 투수의 위치는 그대로 유지한 채 ‘힘을 버리는 투구’를 부단히 익혔다.
포수 조인성은 이들 영건 삼총사에 대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타자와 싸우는 기술,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조인성은 “성장 가능성만 놓고 보면 엄청나다. 다들 좋은 공들을 갖고 있다”며 “한국 프로야구를 위해서라도 잘 키워야 하는 재목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구단의 미래를 위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꼴찌 팀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