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401명 부상 1800여명 군인 등 4000명 투입에도 역부족
진앙 깊이 12km로 매우 얕고 낡은 가옥 밀집 지역이라 피해 커져
규모 6.5의 강진을 맞은 중국 남서부 윈난성 자오퉁시 루뎬현은 4일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성도 쿤밍에서 북동쪽으로 360㎞ 가량 떨어진 산악지역인 이 곳은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사방이 부서지고 깨진 바위와 흙으로 뒤덮였다. 경찰과 소방관, 군인 등 4,000여명, 냄새를 맡아 사람을 찾는 구조견들이 투입돼 실종자들을 하나 둘 찾아내고 있지만 구조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부상 당한 주민들은 긴급 투입된 군인들이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들것에 눕혀 실려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링거병을 들고 부축을 받아 대피했다. 자오퉁시는 “부상자 치료에 혈액이 부족하다”며 긴급 헌혈을 호소하기도 했다. 루뎬현 관계자는 “진앙지 주변 7.5㎞ 지역의 교통이 두절됐다”며 “학교 병원 파출소 등 주요 시설물도 모두 폐허로 변했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직접 구조작업을 지휘하기 위해 이날 오전 국가방재위원회 비서장, 민정부 부부장 등으로 구성된 ‘국무원공작조직’을 데리고 재난지역을 찾았다.
이번 지진은 강도에 비해 피해가 컸다. 중국 CCTV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집계된 인명 피해는 사망자 398명, 실종자 3명, 부상자 1,891여명이다. 주민 2만9,400명이 대피 상태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7.0)은 강도가 더 셌지만 실종ㆍ사망자는 220여명이었다.
피해가 컸던 이유로 전문가들은 진앙의 깊이가 약 12㎞ 정도로 매우 얕았다는 점을 꼽았다. 윈난성과 인접한 구이저우성과 쓰촨성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지진이 낡은 가옥이 밀집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중국지진국 지진예측연구소 연구원은 “진앙지인 루뎬현 룽터우산(龍頭山)은 인구밀도(㎢당 265명)가 높아 피해가 컸다”며 “가난한 농촌마을이라 흙이나 돌로 만든 집이 많아 무너지기도 쉬웠다”고 말했다.
윈난성은 칭짱(靑藏)고원 지진대에 위치해 대규모 지진이 종종 발생하는 지역이다. 중국 신문망(新聞網)은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비교적 파괴적인 지진이 발생하기 쉽고 때때로 돌발적인 강진이 발생하는 윈난 샤오장(小江) 단열대에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샤오장 단열대는 윈난성과 쓰촨성에 걸친 마름모꼴 지대로, 1900년 이래 규모 6 이상 지진이 15차례나 발생했다.
그 중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은 1970년 1월 5일 윈난성 중부 퉁하이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이다. 사망자가 1만5,621명, 부상자는 3만2,421명에 달했지만 당시에는 문화대혁명으로 혼란했던 시절이라 중국 당국이 사실을 밝히지 않아 2000년 이후에야 알려졌다. 이번 지진과 비슷한 지역인 자오퉁시 다관(大關)현에서는 1974년 5월 규모 7.1 지진이 발생해 1,423명이 숨지고, 1,600여명이 다쳤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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