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연기도약? 기존 배우들과 비교될까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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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연기도약? 기존 배우들과 비교될까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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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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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장은 박유천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가수 활동 하면서는 다른 가수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거의 없어서 영화 현장에서 선배들과 술자리를 하는 게 처음엔 낯설고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편해졌다"고 했다. 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박유천(28)을 부를 때 가수라는 수식어는 이제 뒤로 빼야 할 것 같다. ‘아이돌 그룹 JYJ 출신 배우’라는 거추장스런 꼬리표도 뗄 때가 됐다. 영화 ‘해무’ 개봉(13일)을 앞둔 지금, 그에겐 배우라는 직업이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린다. TV 드라마가 아닌 영화여서가 아니다. ‘해무’에서 그는 ‘박유천’이라는 이름을 싹 지우고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했다. 도약이라고 불러도 좋다. 김윤석, 문성근, 이희준, 김상호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으니까. JYJ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준비에 바쁜 그를 4일 만났다.

_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동안 했던 캐릭터와 극적으로 다른 모습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우려가 된다. 내 연기가 좋아 보였다면 그건 아마도 영화라는 시스템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드라마보다 훨씬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연기에 대해 의논할 시간도 고민할 시간도 많았다.”

_‘해무’의 어떤 점에 가장 끌렸다.

“동식이라는 캐릭터도 좋았지만 작품도 좋았고 김윤석 선배와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동식이 쉽지 않은 캐릭터여서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연기 생활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나로선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었다. 동식이만 놓고 봐도 굉장히 색다른 캐릭터였고 요즘에 찾아보기 힘든 청년의 모습이 있어 흥미로웠다. ”

_연기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사투리 연기가 부담스러웠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연극이 워낙 많이 알려져서 그 배역을 했던 선배 배우들과 비교될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사투리 연기가 처음이라 여수 사투리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고 긴장도 많이 했다. 연기에서 언어가 가장 중요한데 그것부터 어색하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된 건 실제로 뱃사람들의 출신 지역이 다양해서 사투리가 많이 섞인다는 사실이었다. 주위 전라도 출신 분들께 물어보기도 하고 녹음 후 반복해 들어보며 연습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연습했는데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지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사투리에 적응한 뒤에도 초반엔 자신감이 부족했다. 다행히 초반엔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부터 찍었다.”

_TV 드라마에서만 연기하다 영화 현장을 경험하니 색달랐을 것 같다.

“‘해무’ 촬영을 끝낸 직후에 한 게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다. 영화 찍다 드라마로 돌아가니 다들 철인처럼 보였다. 배우도 스태프도 짧은 시간 내에 그 많은 걸 해내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라웠다. 확실히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 드라마 현장에도 시간이 좀 충분히 주어지면 좋겠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해무(연출 심성보)'에서 동식 역으로 열연한 JYJ 박유천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 해무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뉴시스

영화 ‘해무’는 폐선 위기에 몰린 선장이 선원들과 함께 조선족의 밀항을 시도하려다 참극을 겪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박유천이 연기한 동식은 뱃일을 막 시작한 청년으로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를 지키기 위해 해무 속에 갇힌 광기와 싸운다. 순박하고 둥글둥글한 인상을 주기 위해 그는 체중을 5㎏ 늘리기도 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성적 묘사가 강한 장면을 연기해 화제가 됐는데 “(그런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보다 그가 처음에 납득하기 힘들었던 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동식이 홍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는 점이었다. 그는 “죽음과 결부해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며 “다른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동식의 마음에 다가가게 됐다”고 했다.

_촬영 중간에 시간이 빌 때 배우, 스태프와 어울리는 편인가 아니면 혼자 떨어져 있는 편인가.

“중간쯤이다. 드라마 촬영 땐 잘 시간이 거의 없어서 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어야 한다. 밥 먹을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시간 날 때 알아서 먹어야 하고. 영화는 모두 하루 종일 같이 지내다 보니 드라마 시스템과 달라 적응이 잘 안 됐다. 처음엔 적응이 어렵기도 했지만 나중엔 편해졌다.”

_대부분 연극 출신 배우들이라 대화와 음주의 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많이들 힘들 텐데 그게 거의 몸에 배어 있는 느낌이었다. 알고 있는 건데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생소했다. 드라마 할 때도 동료 배우들과 술자리를 갖는 게 거의 없었고, 가수 활동 할 땐 전혀 없었으니까. 특히 가수 활동 할 땐 다른 가수들과 가졌던 술자리를 손으로 꼽을 정도다. 아는 가수도 많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가수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이정재, 정우성 형들처럼 같은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친하게 게 아직도 신기하다. 나는 성격상 잘 안 되는 것도 있고 10년간 몸에 밴 걸 바꾸려고 하니까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도 ‘해무’ 현장은 편한 분위기라서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영화 찍다 그런 게 적응이 돼서 나중에 드라마 찍을 때 밤샘 촬영 후 아침에 끝나면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곤 했다.(웃음)”

_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건 편한데 같은 직업의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긴 한데 너무 몸에 배어 있어서 잘 안 되는 것 같다. 영화 한두 편 더 찍으면 완벽하게 바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이 첫 영화인데 선배들, 스태프들, 현장 분위기 모두 좋았다. 얼마 전 제작자인 봉준호 감독, 연출을 맡은 심성보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김윤석 선배가 ‘모든 영화 현장이 이렇게 좋은 건 아니다’라고 하더라. 그땐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나고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았을 때 군대를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_병역 의무도 생각해야 할 나이다.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라 JYJ 멤버들도 있으니까 내 맘대로 결정할 순 없다. 시기는 회사와 의논해서 결정할 것이다.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공백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 있다. 다녀온 뒤에도 조급해 하지 않고 욕심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작품, 캐릭터라면 주연이 아니라도 출연하는 것만으로 감사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홀가분해지더라. 몇 년만 활동하고 그만둘 건 아니니까 돌아와서 천천히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_JYJ에서 세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다. 이젠 노래하는 것보다 연기를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그렇긴 하다. 솔로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주위에서도 회사에서도 내자고 해서 지난해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낸다면 그간 냈던 거와 별다를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중에 바로 접었다. 음반은 JYJ로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솔로 앨범에 대한 생각을 내려놨다. 솔직히 연기를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 이후 연기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다른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적 표현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가끔 혼자서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속으로 내가 하면 어떨까 생각도 많이 해본다.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

영화 '해무' 촬영 현장에서 조선족 처녀 홍매 역의 한예리(왼쪽부터)와 막내선원 동식 역의 박유천이 홍경표 촬영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 제공

초등학생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박유천은 고등학생이던 2003년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됐다. 그 해 5인조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가 됐고, 이듬해 정식 데뷔와 함께 곧바로 10대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2009년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준수, 김재중과 함께 SM과 결별한 뒤론 JYJ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JYJ로 활동하면서는 연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지만 동방신기 시절부터 꾸준히 자작곡을 선보여 왔다. 최근 발표한 JYJ 정규 2집 ‘저스트 어스’에는 그의 자작곡 ‘서른’이 실렸다. 가사는 이렇다. ‘군대 갈 때 되니까 감추기 힘든 불안함 / 그래도 유환이 너 있으니까 괜찮아 / 어쩌면 산다는 게 다 이런 건가 봐 /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행복을 찾나 봐 / 아무리 준비해도 준비되지 않는 인생이란 / 설레는 그림자 뒤로 걸어가는 행복이란 / 뭐 괜찮아 그래도 어김없이 / 찾아오는 공허함 왜일까’

_음악과 연기에서 두루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정점이라고 생각하나.

“얼마 전에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즘 연기에 대한 칭찬도 많이 받고 음반 반응도 좋아서 그 다음이 좀 걱정된다고. 가수 활동 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연기하면서도 크게 욕을 먹지 않아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잘 됐다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긴 하지만 가끔은 그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살면서 자기가 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편안함과 열정을 느끼는, 그런 감정적인 측면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_전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한 뒤 가수로서 TV 출연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다.

“음악 활동이 보여주는 작업이 아니라 들려주는 것 위주여서 오히려 더 즐거워진 점이 있다. 춤보다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되니 음반 작업과 공연을 더 즐기게 된다.”

_지난 10년의 삶에서 결정적인 세 가지 순간이 있다면.

“첫째는 송조 누나라고 미국에서 나를 처음 캐스팅 해준 분이 있는데 그분과 만난 일이다. 열일곱 즈음이었는데 정식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그 분을 만난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최근엔 자주 연락하지 못하지만 계속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둘째는 (현재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백창주 대표와 만났을 때다. 창주 형은 JYJ 세 멤버 중 내가 가장 늦게 만났고 가장 늦게 친해졌는데, 일을 떠나서 친형 같고 가족 같은 사람이다. 또 하나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다. 그 후 여러모로 생각도 많이 하고 방황도 많이 했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내가 이렇게 방황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1년 정도 지속했던 것 같다. 방황이 가장 심할 땐 연예계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연예계 활동으로 얻은 것도 많지만 놓쳐선 안 될 걸 놓친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견디기 힘들었다. 일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지금이야 회사에 배우들도 많아졌지만 그땐 JYJ밖에 없었으니까.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가끔은 누군가를 책임 지고 산다는 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더라.”

_JYJ와 사생팬(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팬)의 갈등으로 사생팬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팬이란 어떤 존재인가.

“사생팬은 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만족시키는 행동일 뿐이다. 그분들에게 고맙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왜 내가 고마워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젠 다행히 많이 줄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음악을 들어주고 드라마와 영화를 봐주는 팬들은 한없이 고맙다. 뭐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많은 팬들이 욕을 먹기도 하니 죄송스럽기도 하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어떻게든 최소한 서로 싸우지 않는 쪽으로 잘 갔으면 하는데 극으로 가다 보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_팬이 과도한 선물을 보내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엔 값비싼 선물이 오면 돌려 보내기도 했는데 내가 싫다고 하니까 이젠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좀 편하다. 팬들은 마음을 주는 거라고 하지만 지나친 선물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_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해무’ 덕에 영화나 드라마 더 잘 했으면 좋겠다. 꾸준히 활동하며 가끔 탈도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깔끔하고 착한 이미지로 사는 건 재미 없는 것 같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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