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이고, 민주당 지지세력의 반 이스라엘 정서가 강해지면서 유대인들이 점차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진단이 공화당에서 나오고 있다. 유대계는 비록 소수이지만 자금력과 몰아주기 식 투표로 선거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3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전에도 유대계와 민주당이 갈등을 벌이곤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정황들이 잡히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주에 이어 3일에도 가자지구의 유엔시설을 공격한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한 톤으로 비난했다. 이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공식 논평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경악했다”“수치스럽다”는 말로 어느 때보다 수위를 높였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을 강요하는 미국에 대해 역공을 폈다. 미국의 휴전안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유리하다며 사실상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심상치 않은 양국 관계보다 유대계를 공화당으로 이끄는 요인은 민주당원 사이에 퍼져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다. 지난달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원 중 31%만이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지지했는데 이는 공화당의 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퓨리서치가 가자지구 사태의 책임을 물은 조사에서도 민주당원들은 29%는 하마스를, 26%는 이스라엘을 지목해,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편향성에서 벗어났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인 학계의 엘리트, 흑인, 젊은 유권자들이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와 달리 공화당원들은 하마스 책임론이 60%이고 이스라엘 책임은 13%에 불과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이스라엘 정책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유대계가 민주당에서 점차 불편해 하는 모습은 유대계의 투표성향을 봐도 감지된다. 유대계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24%를 넘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유대계의 78%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오바마 재선 때 민주당 지지율이 69%로 줄어든 반면 공화당 밋 롬니 후보는 유대계 지지율을 30%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미국 정부 유대계 연락관을 지낸 테비 트로이는 “이전에도 (유대계의 공화당 지지)같은 얘기를 여러 번 들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공화당이 유대계 지지를 기다리는 것을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비유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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