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이 미얀마에서 서민 금융 사업을 하는 현지 법인 ‘하나 마이크로파이낸스’ 출범식을 가졌다고 4일 밝혔습니다. 출범 행사는 첫 사업 구역인 레구 타운십(Hlegu Township)에서 가졌는데요. 이 지역을 비롯한 23개 구역에서 농업 가구와 영세 가내수공업을 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 대출(건당 50만원 미만)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진출 전략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서민 금융업체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우리은행 역시 7월 중순에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캄보디아 서민 금융회사 말리스에 대한 법적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는데요. 장기적으로 말리스의 영업력과 덩치를 키워 은행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규제와 기술 변화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오랜 숙원사업이죠.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은행들이 외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은행들이 일단 서민층 지원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저소득층에 대한 은행의 관심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미국 대형은행들이 전통적으로 도외시했던 저소득층을 끌어안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왜 불과 몇 년 전까지 부유층을 집중 공략했던 은행들이 저소득층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걸까요.
일단 부자마케팅에 집중한 게 은행에는 부정적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형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부자만 공략한 게 비판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또 금융소외계층을 흡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고객의 기반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국내은행이 해외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ㆍ설립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해당국의 금융업 발전에 미리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뉴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80%의 비핵심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롱테일 법칙’이 금융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네요.
국내 은행들이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ㆍ설립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점ㆍ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 승인 절차나 비용 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부디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금융이 아닌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은행의 모습이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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