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등 방송 촬영팀 한때 고립… KIA 야구장 지붕도 강풍에 날아가
'나크리' 어제 서해에서 소멸… 11호 태풍 '할롱' 8일부터 영향
1일부터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를 쏟아부었던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3일 오후 서해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경북 청도에선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승용차에 탄 일가족 등 7명이 숨졌고, 제주도에는 1,000㎜가 넘는 비가 내려 기상 관측 이래 하루 최다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은 나크리가 태풍으로서의 위력은 잃었지만 4일까지 제주 산간 지역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30㎜의 강한 비를 뿌릴 것으로 보여 이 지역 휴가철 야영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3일 오전 2시50분쯤 경북 청도군 운문면 S오토캠핑장 진입로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 한모(38ㆍ경남 김해시)씨 일가족 6명과 한씨 조카의 친구 박모(21ㆍ여)씨 등 7명이 모두 숨졌다. 차량은 캠핑장 앞의 길이 25m, 폭 10m인 콘크리트 보를 통해 계곡을 건너려다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차량 안에는 한씨 부부와 아들 2명, 한씨의 누나(46)와 딸 윤모(21)씨, 윤씨의 친구 박씨 등이 함께 타고 있다 변을 당했다.
S캠핑장 직원 이모(38)씨는 “새벽에 바깥에서 소리가 나 뛰어가보니 차량 한대가 진입로 중간에서 계곡물에 갇혀 고립돼 있었다”며 “주위에서 야영객들이 고무튜브도 던져봤지만 물살이 강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급대는 사고 발생 30분 후인 오전 3시20분쯤 현장에 도착, 30분간 진입로 하류 100여m 아래까지 떠내려간 승용차의 탑승자를 구조하려 했으나 차량은 급류에 떠내려가고 말았다. 이 차량은 사고발생 4시간쯤 후인 오전6시40분쯤 하류 2㎞ 지점에서 일행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엔 경북 영덕군 지품면의 솔밭유원지에서 강풍에 부러진 소나무가 인근 텐트를 덮치면서 야영 중이던 권모(7)군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나크리의 영향으로 3일까지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 1,480㎜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경남 지리산 494.5㎜, 전남 고흥 339.5㎜, 경남 거제 259.5㎜, 창원 193㎜, 부산 북구 167㎜, 제주 서귀포 164.5㎜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2일 하루 한라산 윗세오름에 내린 1,182㎜의 비는 한라산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2002년 12월 이후 최다 기록이다.
울산에서는 이날 오전 5시12분쯤 울주군 삼동면 출강리 한 펜션 입구 도로가 침수돼 한 케이블TV 방송 촬영팀과 김구라, 태진아, 데프콘 등 출연진 50여명의 발이 한때 묶였고, 앞서 오전 3시28분쯤엔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배내골 들살이 오토캠핑장에서 피서객 100여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인근 초등학교 등에 대피했다.
광주에선 2일 오후 1시쯤 북구 임동 야구장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가로 1m, 세로 3m 크기 지붕 패널 17장이 강풍에 떨어지면서 인근 도로에 날아들어 이 일대 차량 통행이 4시간 가량 통제됐다. 전남 보성에선 주택 27동이 침수돼 주민 40여명이 마을 회관에 대피했고, 해남에선 농경지 9곳 31.3ha가 침수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나크리는 수온이 낮은 서해로 진입하면서 에너지를 충분히 얻지 못해 열대 저기압으로 변했지만 지난달 29일 괌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1호 태풍 ‘할롱’이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할롱은 우리나라를 관통할 가능성은 낮지만 8일부터 제주와 남해안 지역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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