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모 상병, 1년간 정형외과·정신과·내과 등 전전
가족들 분노 “민간병원서 수술”…軍 “치료비 부담 협의 중”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 소속 병사가 입대 후 1년 가까이 군 병원에서 모두 10차례나 진료를 받았지만 뇌종양을 발견하지 못해 중태에 빠진 것으로 3일 전해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입대해 9월 22사단에 배치된 김모(22) 상병은 군 생활 초기부터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휘관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시설관리 임무를 맡았던 김 상병이 작업 중 발목과 허리를 다치자 지휘관은 부랴부랴 군 병원의 정형외과로 데려갔고, 가슴에 통증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내과 진료를 받게 했다.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김 상병은 사단 의무대와 인근지역 군 병원을 오가며 갖은 치료를 받았지만 정작 치료가 필요한 어지럼증 등 뇌 질환 증세는 외면당했다. 이 과정에서 군 의료진은 뇌종양과 상관없는 정형외과, 정신과, 내과 진료에 시간을 허비했다.
부대 선임자가 병원 처방을 무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국군강릉병원 군의관은 김 상병의 상태가 심각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처방을 내렸지만 동행한 모 중사는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방치된 김 상병은 상태가 더 악화됐다.
군 병원을 전전하던 김 상병의 뇌 질환 증세는 입대 1년이 다 돼서야 발견됐다. 지난 달 초 갑자기 구토와 복통 증세를 보여 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던 김 상병은 휴가를 나갔지만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해졌다. 이에 김 상병의 부모는 휴가 복귀 후 부대에 정밀검진을 의뢰했다. 군 당국은 그제서야 김 상병을 다시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해 신경외과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과 MRI 검사를 했고, 최종적으로 뇌종양 판정을 내렸다.
김 상병의 부모는 “아들을 1년 동안 방치한 군 당국을 믿을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아들을 민간병원으로 옮겨 수술절차를 밟고 있다. 국군수도병원측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술”이라며 설득했지만 부모의 완강한 태도에 김 상병을 민간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었다.
군 당국은 뒤늦게 김 상병의 수술비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질병을 민간에서 치료할 경우 전액 본인 부담이 원칙이지만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다. 군 관계자는 “김 상병이 입대한 이후 부모와 수시로 통화하며 건강상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결과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부실한 군 의료체계에 따른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여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육군 병사가 소화제와 두통약 처방만 받다 악성 뇌종양으로 판별돼 민간병원으로 옮겨 뒤늦게 수술을 받았지만 숨졌고, 올해 1월에는 당뇨증을 앓던 훈련병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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