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은 돈 문제로 살해한 듯
경기 포천 빌라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포천경찰서는 전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ㆍ사체은닉)로 집주인 이모(50ㆍ여)씨를 3일 구속했다.
이씨는 A(49)씨를 스카프로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시신을 고무통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맡은 의정부지법 정성민 영장전담판사는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 심문에서 이씨는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시기 등을 보강 수사할 방침이다. 이씨는 “A씨가 돈을 과하게 요구해 몸싸움 도중 방바닥에 있던 스카프 등으로 죽였다.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내연관계였던 이씨에게 돈 관리를 맡겨왔는데 A씨가 이를 되찾으려다 시비가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또 A씨 시신과 함께 고무통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씨의 별거 남편 박모(51)씨의 사망 경위도 집중 조사 중이다. 이씨는 남편이 집 베란다에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고, 이씨의 큰아들(28) 역시 “아버지가 10여 년 전 사망해 어머니와 함께 시신을 옮겼다”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소시효가 7년인 사체은닉죄에 대해선 모자(母子)가 처벌을 면한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시신의 부패 상태가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인데다 시신 옆에서 발견된 박씨 명의의 휴대전화에 지난 6월 4일까지 통화 내역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자연사를 증명할 수 있는 의료기록이나 진술도 나오지 않았다. 이씨가 10여 년간 시신과 함께 살며 막내 아들(8)을 낳고 내연남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혼자 살해했다는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파악할 예정이다.
유명식기자 ji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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