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2분기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5위에 진입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자국 소비자들에게도 ‘저품질 짝퉁’으로 취급 받았던 중국산 스마트폰은 최근 품질 향상과 저렴한 가격,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약진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 ZTE, 레노보 등 이른바 ‘1세대’ 스마트폰 업체들 이후 새롭게 떠오르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2세대’ 스마트폰 업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의 배은준ㆍ홍일선 책임연구원은 3일 ‘중국의 신생스마트폰 기업들이 위협적인 이유’에서 이들 기업들이 ▦카메라 ▦오디오 ▦여성 ▦온라인 등 특정 수요자들을 상대로 강점을 살린 ‘세그멘테이션’(segmatationㆍ시장 세분화) 전략을 구사해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이상 증가한 기업은 이들 세 회사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과 애플은 물론 중국의 1세대 대기업들도 모두 시장 점유율을 잃거나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다. 반면 2세대 기업 3개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2012년 4분기 7%에서 2014년 1분기 18%로 성장했다. 물론 샤오미의 빠른 성장이 2세대 기업의 성장을 이끈 것이 사실이지만, 오포도 2012년 4분기 0.7%의 시장 점유율로 시작해 2014년 1분기 2.9%까지 성장했다. 이들 3개 회사가 작년에 판매한 스마트폰 수량은 3,900만대에 달한다. 중국 시장에선 5% 점유율만 차지해도 판매 대수가 2,000만대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400만대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이유로 중국 소비자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자라는 점과 중국산 스마트폰의 품질 향상을 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자국 소비자들이 “중국산은 1년만 있으면 고장난다”며 외면했을 정도로 품질이 나빴지만, 지금은 퀄컴 프로세서, LG나 삼성 디스플레이, 소니 이미지센서를 사용하는 등 글로벌 부품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 받으며 품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2세대 기업들의 세분화 전략은 특별한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오포는 2012년 후반 세계 최초로 5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Ulike2’ 출시를 시작으로 카메라 성능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특화 제품을 만들어 왔다. 이 회사는 하나의 카메라를 회전시켜 전ㆍ후면 모두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N1’을 지난해 9월 출시했으며, 올해 3분기에는 1,3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N1Mini’를 출시할 계획이다.
비보는 음악 전문 스마트폰 브랜드로, 다른 나라 소비자들에 비해 음질을 특히 중요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처음부터 고품질 오디오 부품과 오디오 전문 브랜드의 이어폰 등을 사용했다. 음향 전문업체 돌비(Dolby)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구매 시 음질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자가 중국 소비자의 경우 94%에 달하는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74%, 한국은 72%, 독일은 70%에 그친다. 비보와 오포는 모두 오디오기기와 DVD 플레이어 등 음향영상(AV)기기를 제작하던 회사인 BBK(步步高)에 뿌리를 둔 기업이어서 기존 오디오 사업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성도 중요한 소비자군이다. 여성 전용 스마트폰을 표방하는 두브(Doov), 샤오아이, 메이투 같은 브랜드가 등장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차별화한 디자인과 색상을 가진 제품군을 출시한다. 여성 전용 앱도 개발해 탑재한다. 이는 중국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2011년 4,000만명 수준에서 2013년 1억 8,000만명으로 늘어났는데, 연평균 증가율이 116%에 달한다. 반면, 남성 스마트폰 사용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1%에 불과하다.
2세대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샤오미는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젊은 소비자라는 기회를 가장 먼저 포착한 기업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창업 4년차에 불과한 신생기업이 중국 3위, 글로벌 6위 기업이 되었으며, 이를 모방한 지오니, 원플러스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중 샤오미와 원플러스는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되 구글 롬이 아닌 커스텀 롬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샤오미는 독자 개발한 MiUI를 사용하고, 원플러스는 사이아노젠모드(CyanogenMod)라는 유명 커스텀 롬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원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 시장의 존재 덕분에 이들 2세대 기업이 시장을 좀더 세분화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으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수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얼리어답터가 많은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 규모가 2,400만대에 불과한 한국을 기반으로 두 개의 글로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면, 한국의 16배가 넘는 중국 시장에서 등장할 글로벌 기업의 수는 얼마나 될 것인가”라고 물으며 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의 성장이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일 수 있다고 암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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