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북상하는 태풍 나크리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 지역에 강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져 하늘길과 뱃길이 모두 끊겨 관광객 3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정전이나 유리창 파손 등 크고 작은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육상과 해상에 태풍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1천120㎜(2일 995.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또 진달래밭 738㎜(2일 681㎜), 어리목 605.5㎜(2일 530.5㎜), 성판악 399㎜(2일 371㎜) 등 한라산에 많은 비가 내렸고 다른 곳은 제주 122.5㎜, 서귀포 153.0㎜, 성산 86㎜, 고산 39.1㎜의 누적 강수량을 보였다.
오전에는 바람도 매우 강하게 불어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서귀포시 지귀도 41.9m, 윗세오름 33.3m, 가파도 32.2m, 선흘 31.1m 등을 기록했다.
제주공항에도 윈드시어와 태풍경보가 잇따라 내려져 항공기 운항이 통제됐다. 오후 들어 잠시 바람이 잦아든 틈에 항공편 10여편이 뜨고 내리긴 했지만 대부분은 결항됐다.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결항된 출발·도착 항공편은 국제선 21편, 국내선 394편 등 총 415편이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해상에는 파도가 높게 일어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과 마라도 등 부속도서를 연결하는 도항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한라산 입산과 해수욕장 입욕, 올레길 탐방은 지난 1일부터 전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에 크고 작은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51분께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주택의 유리창이 강풍에 파손되면서 유모(55)씨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9시 28분께는 제주시 오라2동 한 캠프장에서 불어난 물에 고립된 김모(33)씨가 119에 구조되기도 했다.
강풍에 의한 정전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35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신흥리 일대 127가구가 정전됐다가 1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8시 6분께 복구됐다.
오전 7시 10분께는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653가구가 정전됐다가 오전 8시 34분께 복구됐으며, 제주시 우도 일대 869가구도 오전 9시께 정전됐다가 오전 9시 25분께 복구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전 7시 28분께는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펜션 지붕이 파손돼 이곳에 머무르던 관광객 25명이 인근 체육관에 임시로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유리창 파손, 신호등 파손, 가로수 전도 등 이날 오후까지 재난안전대책본부에 40여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도는 현재 공무원 5분의 1을 비상근무에 투입, 재해위험지구 공사장과 소하천 정비사업 공사장을 점검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많은 비로 한천과 병문천 수위가 상승해 저류지 수문을 개방했다.
해경은 도내 100여군데 항·포구를 돌며 태풍을 피해 정박중인 약 2천 척의 어선을 결박하고 화재 위험물질을 제거하는 등 안전점검을 벌였다.
제주 지역은 정오께부터 비바람이 잦아들면서 별다른 피해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
태풍 나크리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귀포 서남서쪽 약 180㎞ 해상에서 시속 12㎞ 속도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8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25m며 강도는 중, 크기는 중형급이다.
기상청은 제주에 앞으로 4일까지 50∼100㎜, 산간 등 많은 곳은 150㎜ 이상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4일까지 산간을 중심으로 시간당 40㎜가 넘는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바람도 매우 강하게 불겠으니 안전사고나 시설물관리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나크리는 2일 밤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3일 새벽 서해상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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