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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터치스크린 업체 무자본 인수해 망가뜨린 기업사냥꾼 2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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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터치스크린 업체 무자본 인수해 망가뜨린 기업사냥꾼 2명 기소

입력
2014.08.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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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스를 무자본으로 인수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위모(37)씨를 구속기소하고 홍모(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기업사냥꾼’ 최모(52·구속기소)씨의 타깃이 되면서 유망 기업에서 빈껍데기로 전락한 디지텍시스템스 사건 수사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삼성전자의 터치스크린 1차 납품사인 이 회사는 2012년 매출액 2,368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올린 건실한 회사였다. ‘저항막 터치스크린 패널(TSP)’ 국내 생산 1위 업체로 주목받은 코스닥 상장기업이기도 했다.

2012년 1월 업계에서 악명 높은 최씨는 위씨, 홍씨와 짜고 당시 재무담당 직원이었던 남모(39·구속기소)씨에게 접근했다.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돈이 모자란다. 도와주면 회사 운영권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한 것. 최씨가 인수 자금을 위해 동원한 사채를 회사 자금으로 갚으려면 남씨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은 유혹’에 빠진 남씨는 곧 경영지원본부장 정모(47·구속기소)씨와 상의해 최씨 등의 제안을 수락했고, 인수작업이 끝나자 곧 남씨는 재무담당이사로, 정씨는 대표이사로 승진해 회사 운영의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최씨 일당의 ‘회사 곳간 털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부 조작을 통해 디지텍시스템스 자금 160억원, 자회사인 티엔스 자금 10억원으로 사채 자금을 갚았고, 휴대폰 배터리제조사 엔피텍 인수를 위한 110억원도 디지텍시스템스 자금으로 충당했다. 이렇게 최씨 일당이 빼돌린 자금 총액은 검찰이 파악한 것만 무려 530억여원에 이른다. 감사원 등 관리감독 기관의 눈을 피하고자 유모(43·구속기소)씨를 바지대표로 내세우고, 그 대가로 디지텍시스템스 자금을 이용해 다른 업체를 사 주기도 했다.

결국 디지텍시스템스는 최씨가 인수한 지 2년 만에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최근 상장폐지라는 비운을 맞았다. 연체된 회사 빚만 820억원에 달하는 등 껍데기만 남은 신세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경영권 획득이 쉬운 코스닥 상장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은 뒤, 회사 사정에 밝은 경영진을 끌어들여 돈을 빼내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의 범죄”라고 설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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