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의 힘과 대중성을 눈 여겨 본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했다. 이 때문에 스포츠는 체제 선전 수단으로, 때로는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12ㆍ12 사태로 군부 권력을 장악하고 5ㆍ18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의 앞 글자를 딴 이른바 ‘3S정책’을 내세우며 스포츠를 적극 활용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쏟는가 하면 1982년 프로야구를 출범시키며 개막전 첫 시구자로 나섰다. 프로축구 리그와 농구대잔치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당시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컸기 때문에 서울올림픽은 정통성 없이 등장한 전두환 정권에 면죄부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통일민주당 총재)는 “서울올림픽이 마치 나치 정권 하 올림픽과 같다”고 비판했다.
서구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주로 체제 선전의 도구로 이용했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는 1922년 정권을 잡은 후 축구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축구를 활용한 대중조작에 나섰다. 축구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이 반드시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도록 했고 국제 대회에서 이기면 마치 체제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했다. 특히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개최해 체제를 알릴 기회를 얻은 무솔리니는 직전 월드컵에서 활약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강제로 이탈리아 대표팀에 편입시켰고 심판을 돈으로 매수하면서까지 승리에 집착했다. 결국 월드컵 우승으로 무솔리니의 지지도는 한동안 상승했지만 월드컵 역사에선‘체제 선전을 위한 억지 우승’이란 오점으로 남게 됐다.
악명 높은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 역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나치의 선전장으로 이용했다. 올림픽 기간 베를린 거리 곳곳에 나치 깃발을 내걸었으며 11만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 경기장을 지어 나치의 우수성을 과시하려고 했다. 개막식 관중들은 물론 금메달을 딴 독일 선수들까지 히틀러에게 나치식으로 경례했고 독일이 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히틀러는 올림픽을 통한 나치 선전에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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