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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토대 약한 김정은, 스포츠 부흥은 다목적 포석

입력
2014.08.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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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체육활동 비중 취임 후 체육시설 잇달아 설치

절박한 생존전략 차원 '스포츠 실적 = 김정은 치적' 과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국의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횃불 농구팀의 친선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함께 미국의 묘기 농구단 '할렘 글로브 트로터스'와 조선체육대학 횃불 농구팀의 친선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취임 첫 해인 2012년부터 ‘체육 강국’을 국가적 목표로 내걸었다. 그 해 11월 김정은은 당시 북한의 최대 실세인 장성택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하고 체육 활동의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 약 1,600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실조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뒤가 뒤바뀐 조치다. 김정은의 스포츠 리더십의 속내에는 실상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에 시달리는 김정은 체제의 절박한 생존 의식이 깔려있다.

김정은, 집권 기간 3년 동안 체육 활동 비중 높여

2013년 5월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한 북한 김혁봉, 김정 선수는 평양에 돌아와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들은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대 속에 자동차에 올라 시가행진을 벌였고, 김혁봉 선수의 어머니는 조선중앙TV에 나와 “저는 혁봉이를 낳아서 어머니지, 키우는 거야 당에서 키워주지 않았습니까. 온 나라 인민들이 다 기뻐해주니 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백두 혈통과 수령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북한에서 운동선수들이 체제 선전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정은 체제 들어 나타난 현상이다.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영화를 비롯한 예술광이었지만, 체육 활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3년 동안 만들어진 체육시설 등을 보면 김정은이 스포츠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취임 첫해인 2012년 11월에 인민 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개장을 시작으로, 2013년 4월에는 농구장과 배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설치된 능라 인민체육공원을 만들었고 그 해 9월과 10월에는 평양체육관과 미림승마구락부도 완공했다. 체육 인재 양성에도 공을 들인다. 축구 영재 수십 명에게 5년 전액 장학금을 제공해 축구 본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유학시키고 있고, 국제체육대회에서 입선하면 평양 시내의 고급 아파트를 부상으로 주기까지 한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유학할 당시부터 농구와 스키 등 스포츠 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 관계가 악화된 상황속에서도 미국 프로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방북해 미국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데니스 로드맨은 농구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오랜 우상이었다고 한다.

실적 과시 등 다목적 포석

김정은의 스포츠 리더십은 그의 개인적 성향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 상당한 국가 자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체제 보존의 전략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로 열악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대형 체육시설을 잇따라 짓는 것은 체제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무엇보다 김일성, 김정일에 비해 지도자로서 보여준 게 없어 리더십의 토대가 취약한 김정은으로서는 스포츠를 통해 ‘실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은 권투와 레슬링, 유도 등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북한은 노동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김정은이 집권 이후 통치를 잘해서 강성대국이 돼가고 있다는 증표”라고 선전했다. 국제대회 성적이 고스란히 김정은의 치적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단결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면서 자신을 ‘애민(愛民) 지도자’라는 이미지로도 포장하고 있다.

아울러 스포츠를 통해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방식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등 독재정권이 흔히 사용하는 통치 수단이다. 최근 한류 열풍에 눈뜨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의 체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스포츠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의 스포츠 리더십은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를 허물기 위한 ‘마수걸이’ 전략으로도 이용된다. 북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에 문을 걸어 닫은 국가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인도적 행사인 스포츠 교류를 내세우고 이를 통해 대북 원조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프로 레슬러 출신인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유신회 소속 참의원과 국제 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고리로 북일 관계 개선의 군불을 땠다. 우리나라에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의사를 밝히며 손을 내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스포츠 교류 제의에 우리 정부가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등 기존 입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의도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김정은 집권 이후 체육 관련 동향

2012년

▲9월 소학교ㆍ중학교 학생들의 상급반 진학평가에 체육점수 반영 지시

▲11월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설립, 북중 '체육교류의정서' 체결,

인민야외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건설

▲12월 당 중앙위ㆍ중앙군사위 공동구호에 ‘축구강국ㆍ체육강국’ 포함

2013년

▲3월 노동신문“온 나라에 체육열풍을 세차게 일으키자”강조

▲4월 김정은,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만경대상체육경기대회 축구경기 관람.

▲5월 능라인민체육공원 건설

▲7월 체육성에 과학기술단체인 ‘2·17 과학자·기술자 돌격대’ 파견

▲9월 평양체육관 리모델링

▲10월 미림승마구락부 건설

▲11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국비 축구유학생 31명 유학

2014년

▲1월 김정은, 신년사 통해 ‘체육강국 건설’강조

마식령 스키장 개장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 방북

▲8월 평양 국제프로레슬링대회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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