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2구는 남편과 직장 동료로 밝혀져
경기 포천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고무통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집주인 이모(50ㆍ여)씨가 시신발견 3일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사실 일부를 시인했지만 이후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어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씨는 발견된 시신 2구가 남편과 우연히 만난 외국인이라고 진술했지만 지문분석 결과 남편과 직장 전동료였던 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경찰서는 1일 남편 박모(51)씨 등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이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범행 장소에서 20여㎞ 가량 떨어져있는 소흘읍 송우리의 한 섬유공장 기숙사 부엌에 숨어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를 숨겨준 스리랑카 출신 남성 S(44)씨 역시 함께 붙잡았다.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이씨는 발견된 시신 2구 가운데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 1명만 자신이 살해했다고 범행 일부를 시인했다. 이씨는 “남편이 베란다에 쓰러져 죽어있어 플라스틱통에 옮겨뒀는데 썩는 냄새가 심해져 집에 있던 고무통으로 시신을 옮기고 뚜껑을 닫아뒀다”면서 “이후 길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 남성과 같이 집으로 왔는데 돈을 과하게 요구해 몸싸움 도중 방바닥에 있던 스카프 등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외국인이라고 지목한 남성의 왼쪽 손에서 발견한 쪽지문을 분석한 결과 이씨의 직장 전 동료였던 한국인 L(49)씨인 것으로 이날 확인했다. L씨는 지난해 10월 이씨와의 내연관계가 들통나 직장에서 해고됐으며 이후 양주의 한 식품회사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씨의 가족은 평소 연락이 뜸했었기에 L씨가 회사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씨는 L씨의 신원이 확인된 이후에도 살해 남성은 외국인이라고 계속해 주장하고 있고 사망한 남편의 발견 시점, L씨 살해 시점 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또 살해 남성과 어떤 이유로 돈 거래를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범행 장소에 홀로 방치돼 있던 8살짜리 아들에 대해서는 사망한 남편 박씨가 아닌 다른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집에 혼자 놔두고 외출할 때는 음식을 잔뜩 주고 나갔다며 아동학대 혐의는 부인했다.
이씨는 한참을 아들 관련 진술을 하다 갑자기 “난 아들이 없다”고 횡설수설하는 등 현재 공황 상태로 경찰은 이씨가 안정을 찾도록 한 후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씨를 숨겨줬던 스리랑카인 S씨와 최근 2개월 동안 이씨가 수시로 드나들었던 한국인 내연남이 공범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경찰은 2일 저녁 이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