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ㆍ남길영 외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ㆍ872쪽ㆍ3만8,000원
역사상 유일한 여자 교황이 있었다. 그는 남장으로 자신의 성을 숨겨 교황 직에 올랐다. 그러던 중 수사의 아이를 가졌고 출산일을 정확히 알지 못해 베드로 대성당에서 라테란 궁으로 가던 도중 길에서 아이를 낳아 여성임이 드러났다. 여성이 교황이 됐고 심지어 길에서 출산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겨 후인들은 교황의 역사에서 그를 삭제했다. 진실일까, 거짓일까.
이 미스터리는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교황 연대기’(바다출판사)에 나오는 여교황 조안에 대한 야사다. 이를 적은 문헌은 여럿이다. 1265년 수사 마르티니가 쓴 ‘교황과 황제 연대기’, 13세기 수사로 전해지는 장 드 메일리의 ‘보편적인 메츠 연대기’, 15세기 바티칸 도서관장 바를톨로메오 플라티나의 ‘교황의 생애’ 등이 이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교황 조안이 실존 인물이라고 믿는 이들은 그의 즉위기간을 855~857년으로 추정한다.
교황을 선출할 때 사용했다는 ‘구멍 뚫린 의자’가 교황 조안이 실재했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다. 조안의 후임자였던 베네딕토 3세가 이 같은 황당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 의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위 성직자 중 한 사람이 의자의 구멍으로 손을 넣어 고환을 만져보고 ‘고환이 달려있다’고 선언하면 모든 성직자들이 ‘주여, 찬미 받으소서’라고 화답한다.” 펠릭스 하어멀레인이 1490년 쓴 ‘귀족과의 소박한 대화’에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저자 노리치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손을 든다. 레오 4세(847∼855)와 베네딕토 3세(855∼858) 사이에 교황직을 수행할 만한 시간적 공백이 없었고 조안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의 개연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황 연대기’는 이처럼 2,000년 간 이어지는 교황의 계보와 이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응축했다. 비잔티움제국의 1,000년 역사를 담은 앞선 저서 ‘비잔틴 연대기’에 이은 대작이다. 구성과 집필에만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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