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재발한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사태는 국제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이 없지만 증시와 통화가치 동반 급락 등 아르헨티나 경제에는 타격을 주고 있다. 국가부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사태를 미국 사법부 탓으로 돌리고 국제재판소 제소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31일 아르헨티나 증시 메르발 지수는 전날보다 8.39% 떨어진 8,187포인트로 마감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8.187페소로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에 이어 피치도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채무불이행’으로 강등했다. 제한적 디폴트는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부도상태와 구분하기 위한 개념으로, 일부 채무에 대해 정해진 기일에 정상적으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아르헨티나는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지난 6월 미국 법원이 아르헨티나에 대해 미국 헤지펀드 2곳에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다른 채권단에 대한 채무이자도 지불할 수 없도록 명령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호르헤 카피타니치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장은 “판사와 중재인이 헤지펀드의 대리인과 다름없다면 미국이 말하는 정의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은 다른 국가의 자주권을 무조건 존중하는 상황을 만들었어야 하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을 내린 미국 판사와 협상 중개인을 국제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 통화가치 급락 등 아르헨티나 경제의 취약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당장 큰 파장이 일지는 않았으나 신용부도스왑(CDS) 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질 경우 불안심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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