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지음ㆍ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04쪽ㆍ1만5,000원
신문 들고 있는 이보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이 대세다. 한 언론사의 편집정신이 담긴 조직화된 지면 대신, 온갖 매체의 뉴스가 밀집돼있는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도 없이 뉴스가 뿌려진다. ‘뉴스의 시대-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문학동네)은 이런 뉴스 홍수의 시대, 뉴스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소고다.
드 보통은 뉴스 소비를 두고 “마치 숨쉬기나 눈을 깜박이는 것과 같다”며 “사용설명서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반어적인 표현인데, 현대 뉴스야 말로 사용설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뉴스 자신, 그리고 뉴스가 우리 삶에서 점하고 있는 지배적인 위치” 때문이다. “일단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뉴스가 선생님이다. 뉴스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을 만드는 으뜸가는 창조자다.”
뉴스와 뉴스를 생산하는 저널리스트를 보는 드 보통의 태도는 아주 냉소적이다. 이를테면 “뉴스는 국가가 겪는 문제의 뿌리가 상류층의 범죄행위에 근본적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상상하도록 부추긴다”고 비꼰다. 또 “사악한 인생이라는 꼬리표를 이름에 떡하니 달 만한 몇몇 악당들을 찾고자 하는 거의 예술가적인 열망 때문에, 진정한 취재 대신 잘 알려진 도피적 대안인 ‘꼬투리 잡기식 저널리즘’이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뉴스를 ‘정치 뉴스’와 ‘해외 뉴스’ ‘경제 뉴스’ ‘셀러브리티 뉴스’ ‘재난 뉴스’ ‘소비자 정보 뉴스’로 나눠 각 분야마다 이런 식으로 자신만의 해설을 붙인다.
드 보통이 말하고 싶은 건 무차별적으로 뉴스를 소비하기 보다 내면의 성찰을 통해 자기만의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우리가 먼저 자신만의 생각을 잉태시킬 만한 인내심 많은 산파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하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단단한 무엇을 하나도 갖지 못할 것이다.”
하루하루 문장 하나, 기사 한 꼭지에 시대정신과 변화의 촉매제를 조금이라도 담아보려 노력하는 기자들에게는 씁쓸한 책이기도 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