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지명자 인준 또 미뤄져… 11월 중간선거 이후 통과될 듯
미국 연방상원이 40여개국 대사 인준을 무더기 미루면서 또다시 주한 미국대사 공석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미 의회는 8월부터 5주에 걸친 휴회에 들어가간 뒤 다시 9월 초부터는 상원의원 36명이 포함된 중간선거에 본격 뛰어들어 사실상 장기 휴업에 빠져든다. 이에 따라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인 마크 리퍼트 국방장관 비서실장의 상원 인준안 통과는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반면 성 김 미국 대사는 조만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및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이르면 8월 중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린 데이비스 특별대표와 제임스 줌왈트 동아태 부차관보는 해외 공관장 자리로 이동할 예정이다. 워싱턴의 정쟁으로 적어도 2, 3개월 이상 미국대사가 서울에 없는 장기 공석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퍼트 지명자의 인준은 11월 중간선거 이후 남은 임기 3개월의 이른바 ‘레임덕 세션’ 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간 다양한 채널이 가동되고 있어 주한대사 공석이 한미 외교공백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2011년 10월 성김 대사가 부임할 때도 상원이 인준을 지연시키면서 2개월 가량 주한 미 대사가 공석이었다.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그 해 8월 퇴임한 뒤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주한 미국대사 자격으로 배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 상원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의회연설을 앞두고 외교적 결례란 지적에 따라 4개월 간 보류된 성 김 대사의 인준안을 긴급 처리했다.
이처럼 한반도 현안이 돌출될 경우 상원이 이례적으로 리퍼트 지명자의 인준안을 우선 통과시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상원은 지난달 29일 무려 5개월째 보류해온 존 테프트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의 인준을 우크라이나 사태를 감안해 저녁 회의까지 열어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그러나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헝가리, 터키, 몰도바, 알바니아, 체코, 알제리, 쿠웨이트 등 40여개국 대사 지명자 가운데 리퍼트 지명자는 후순위에 속한다.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 존 케리 국무장관은 “주요국 대사가 없는 외교공백으로 미국 안보와 리더십이 훼손되고 있다”며 전전긍긍하지만 그렇다고 상원이 움직여 줄 것 같지는 않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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