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 국가 예산과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원래 공직사회에서 힘이 좋은 편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관(官)피아’라는 말의 어원이 ‘모피아’(기재부 전신인 재무부 출신 인사)에서 왔을 정도니까요.
‘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그런 기재부 공무원들의 주가가 또 한번 상한가를 치고 있습니다. ‘최경환 파워’가 여실히 드러난 것은 지난달 25일 장차관 인사.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던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자리에 오른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을 필두로 전현직 기재부 고위공무원 6명이 장ㆍ차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특히 이석준 기재부 2차관과 김낙회 세제실장, 김상규 재정업무관리관은 각각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관세청장, 조달청장 등 타부처 장ㆍ차관으로 갔습니다. 국무조정실장 자리는 3연속 진입에 성공했고, 한 번 빼앗겼던 조달청장 자리도 다시 되찾았습니다. 또 업무연관성이 적은 미래부 차관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기재부 고위공무원 인사의 특징은 타부처 장차관으로 잘 나간다는 겁니다. 부처간 인사 교류야 나쁠 게 없지만 타 부처 고위공무원이 기재부로 오는 경우는 없어 불균형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논란이 불거지며 고위공무원들이 옷을 벗고 유관 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승진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니 인사에서 ‘수출’은 많이 해도 ‘수입’은 하지 않는 기재부 공무원들의 주가가 오르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타부처에도 조세, 예산 등 업무는 공통으로 가지고 있으니 기재부 출신이 갈 수 있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게 기재부 생각입니다. 일리 없는 말은 아니지만 기재부의 ‘인사 흑자’가 심화되다 보니 타 부처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갑니다. 타 부처의 한 공무원은 “내놓는 정책마다 기재부의 손을 거쳐야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인사에서마저 잘 나가니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그나저나 기재부의 일부 공무원들은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 인사 때 우리 부의 ○○가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갈 거란 얘기가 있었는데 좌절됐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 분은 차관이 아니라 장관으로 갔어야 했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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