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31일 안산 동산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와 관련한 평가자료 및 청문자료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할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절차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안산 동산고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재단 전입금 규모가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재지정 취소 방침을 세우고, 교육부에 보고를 한 바 있다.
초중등교육법이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교육부 장관과의 ‘협의’는 요식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각은 다르다. 자사고 취소와 관련한 훈령에 ‘장관이 자사고 취소 결정에 대해 동의하거나 부동의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근거로 이 문제를 2개월 안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위법령이 상위법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자 법의 기본인데도 훈령을 내세워 상위법에 명시된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모양새다.
교육부 장관의 동의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교육감이 자사고 취소를 강행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단하지 말라. 동의 또는 부동의에 대한 검토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법은 자사고의 한시적 운영을 규정하고 있으나 시행령은 지속적인 것으로 돼 있다”며 모순된 법 규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결을 요구했지만 교육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와 관련해 뒷짐을 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자사고 입시 요강은 8월 5일까지 발표해야 하는데 그 이전까지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안산 동산고에 지원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 미복귀에 대해서는 ‘법대로~’를 주장하며 강경대응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법(해석)을 외면하고 오히려 논란 뒤에 숨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사고 제도를 도입하고 강화해 온 주체는 교육부다. 이 과정에서 일반고 황폐화, 고교서열화 등 폐해의 책임은 상당부분 교육부에 있다. 그런데도 모든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진보교육감들에게 돌리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오히려 실패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교육감들에게 비난이 쏠리는 형국”이라며 “교육부는 차라리 초중등교육 정책에서 손을 떼고 대학정책만 맡는 것이 낫다”고 일갈했다.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챙기려는 교육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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