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3년여 만에 제왕절개수술로 아기가 태어났다.
울릉보건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새벽 울릉군에 사는 홍모(32)씨가 의료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몸무게 2.96㎏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울릉도에서 제왕절개로 아이가 태어난 것은 201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울릉도에는 분만병의원이 없어 임산부들은 대부분 출산예정일 이전에 미리 육지 병원에 입원,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울릉보건의료원은 산전 진찰과 유사시를 대비해 산부인과전문의를 공중보건의로 배치해 두고 있다.
홍씨가 의료원을 찾은 것은 26일 0시쯤. 복통이 심했지만, 출산 예정일이 한 달 이상 남았던 터라 단순히 급성 위염 정도로 여겼지만 심각한 상황이었다. 출산을 위한 진통이었으며, 자연분만이 어려운 상황으로 당장 제왕절개수술을 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태였다. 경북도 소방본부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헬기지원을 요청했지만 강풍으로 이착륙을 할 수 없어 육지병원 이송도 불가능했다.
당직 산부인과전문의는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했다. 마취과 외과 신경과 내과 등 다른 전문의를 긴급호출했다. 간호사 3명과 공무원 6명도 뛰어 나왔다. 숙소에서 곤한 잠에 빠져 있던 울릉경비대원 4명이 자원, 수술에 필요한 피를 헌혈했다.
26일 오전 3시15분쯤 시작된 수술을 오전 4시30분쯤 성공리에 끝났다.
수술을 집도한 산부인과 공중보건의 김세익씨는 “의료원 전립 석 달밖에 안 돼 긴장이 됐지만, 동료 공중보건의들과 간호사, 공무원들, 헌혈에 기꺼이 나선 경비대원들 모두가 새 생명을 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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