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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야당은 변할 것인가

입력
2014.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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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도 도가 지나치면 화 불러

시대현실 동떨어진 과거의 체질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살아 남는다

새정치연합의 김한길(왼쪽사진)·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31일 대표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새정치연합의 김한길(왼쪽사진)·안철수 공동대표가 7·30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31일 대표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세상 모든 일에는 그에 걸맞은 한도가 있다. 바가지도 정도껏 긁어야지, 도가 지나치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수그렸던 남편이 어느새 고개를 바로 든다. 거기서 멈출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 좀 더 나아가면 남편의 잘못은 온데간데 없고, 아내의 심한 바가지가 부부싸움의 핵심 쟁점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고 나면 애초의 잘잘못은 따져봐야 헛일이다. 남편을 향해 긁던 바가지를 어느새 자신이 뒤집어 쓰고 만 씁쓸한 경험을 밝히는 아내들이 많다. 시어머니 앞에서라면 남편 험담에 더욱 조심해야 이런 ‘바가지의 역설’을 피할 수 있다. 가벼운 불만의 토로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칠 시어머니는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험담이 더 심해지면 이내 아들의 잘못보다는 그것을 물고 늘어지는 며느리의 ‘대책 없는 성격’에 눈이 가는 게 시어머니 마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로 끝난 7ㆍ30재보선을 지켜보면서 이 ‘바가지의 역설’ 이야기가 자꾸만 떠올랐다. 아무리 야당의 본래적 기능이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것이라지만, 정부 헐뜯기나 여당 발목잡기가 도를 넘었던 셈이다. 그런 행태에 보수화 경향이 날로 뚜렷하다는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린 것이 이번 재보선 참패의 본질이다.

참패의 조짐은 이미 6ㆍ4지방선거에서 엿보였다. 갖은 악재에 시달리던 여당과의 표 싸움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사실상의 패배였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라는 ‘인사 참사’까지 여당을 압박하던 때였다. 반면 야당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합당으로 반(反) 여당 세력의 결집에 성공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시원하게 여당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잠시 싹텄던 내부의 체질 개선 논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시들어버린 것이 가장 컸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거론됐던 만큼 7ㆍ30재보선 참패를 두고 새삼스럽게 유권자한테 야속함을 느낄 이유도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130석의 거대정당인 새정연의 권력 탈환의 꿈은 거기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으로나 실현 가능하다. 오히려 민주당 내부에서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고, 중도적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으로 한결 필요성이 강해진 ‘우(右) 클릭 개혁’의 총체적 실패를 자성해 마땅하다.

그런 개혁에 실패한 대표적 증거가 권은희 당선자다. 그런 정치적 보상 행위가 부를 반작용은 충분히 지적돼 왔다. 새정연의 무뇌증(無腦症)은 그런 전술적 역효과를 고려하지 못했거나 잘못된 결정을 제지하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 그의 존재는 한창일 때도 여론의 대체적 지지와 달리 정치적 효과가 미미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을 다시 일깨우게 마련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피로감과 짜증을 안길 수 있다는 현실감각이 새정연에는 없었다.

무뇌증의 주된 이유는 관성이다. 유권자의 의식성향이 달라진 것은 물론이고, 정당의 권력비판 기능과 범위도 변화했는데도 새정연은 과거 관행만 답습해왔다. 이런 관성을 끊어내지 않고서는 야당의 미래가 밝기 어렵다. 야당은 전통적으로 비판적 사회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정치ㆍ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유신체제 비판, 직선제 개헌 운동 등이 모두 그랬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야당의 전통적 비판여론 결집 기능은 여러 개인과 단체에 분산됐다. 야당이 무조건 정권비판에 앞장서서 반대 여론을 끌어 모으던 시대는 지나갔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전통미디어의 정보 선별과 정리, 분석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듯, 야당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복잡다기하게 제기된 비판의 가치를 가려내고, 일정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기능이 중요해졌다.

귀가 솔깃한 의혹이나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무턱대고 따라가거나 앞장설 게 아니다. 권위주의 시절 정치권력에 대해 마음 놓고 비판하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권력보다도 반(反)권력 비판이 더 어려울 때도 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태도 변화를 앞으로 야당 내부 개혁의 성패를 재는 잣대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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