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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더 미워서? 아랍국가들 가자사태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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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더 미워서? 아랍국가들 가자사태 방관

입력
2014.07.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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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 총리 향한 분노보다 이슬람 극단 세력에 더 혐오감

이란 라이벌인 사우디·UAE는 오히려 이스라엘과 공조 모색도

2012년 11월 팔레스타인을 공습했던 이스라엘은 당시 “공격을 중단하라”는 주변 아랍국가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 이슬람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중재해 휴전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집트의 중재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주변 아랍국도 이스라엘을 압박하기보다 오히려 방관하는 모양새다.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를 뉴욕타임스는 “(하마스 같은)이슬람 정치세력에 대한 증오와 공포가 아랍 국가 사이에 너무 강해져 이스라엘 총리보다 더 혐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하마스와 대화에 지금까지 중요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이집트는 이번 사태에서 하마스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신문은 “지금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요구는 담지 않은 휴전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하마스를 놀라게 했다”며 “하마스가 이 중재안을 즉각 거부했는데도 이집트 정부는 계속 똑같은 제안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경에는 아랍 민주화 이후 정권을 잡은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되고, 하마스를 적대시하는 엘시시 군사 정부가 들어선 권력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집트 검찰은 하마스에게 이집트 내 폭력을 부추겨 경찰과 군인들을 살해하게 한 혐의와 2011년 민주화 시위 당시 무르시 대통령과 이슬람형제단을 감옥에서 풀어준 혐의를 추궁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요르단 등을 포함한 새로운 아랍국가 연합을 이끌어온 이집트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에 효과적으로 줄을 섰다는 평가까지 했다.

'아랍의 봄'에 대한 기대도 뒤집어졌다. 1년 반 전만해도 이스라엘, 미국, 팔레스타인의 전문가 대부분은 아랍지역 민중 봉기로 아랍 정부들이 시민들에게 더욱 관심을 보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연히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희생이 늘어나자 이집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를 직간접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친정부 성향의 이집트 매체는 하마스를 ‘이집트와 주변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이슬람주의자들의 도구’라고 조롱했다. 동시에 이집트는 터널 봉쇄정책을 펴 식료품, 식수, 의료품의 가자지구 유입을 막아 팔레스타인인들을 극도로 분노케 했다.

이집트와 사우디, UAE 등 다른 아랍 국가들은 이 지역의 라이벌이자 ‘공공의 적’인 이란에 대항하려고 이스라엘과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 이란은 하마스에 무기와 군사자금을 지원해준 이력도 있다.

아랍 지역의 정세 변화는 미국에 새로운 장애물이다. 이집트 정보 당국이 하마스와 대화를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집트 새 정부의 하마스에 대한 적대감은 대화채널의 효력을 의심케하기 충분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좀 더 친이슬람 성향인 터키나 카타르를 대안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위해 예비군 1만6,000명을 추가로 동원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31일 밝혔다. 이로써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예비군은 8만6,000명으로 늘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피에르 크랜뷸 대표는 전날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 대한 이스라엘의 포격을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자 세계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의 좌표는 이스라엘에 17번이나 통보했다"며 "(학교에서)잠자는 어린이를 포격한 것은 우리 모두를 향한 모욕이며 전 세계를 치욕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팔레스타인 주민이 대피해 있는 가자지구 제발리야 난민캠프 유엔학교에 탱크포격을 가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쳤다. 당시 학교에 머물던 여성과 어린이 등 3,300명 중 대부분이 잠자고 있었다. 24일에도 가자 북부 베이트하눈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가 공격을 받아 유엔 직원을 포함해 최소 17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의 한 재래시장까지 공습해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352명으로 늘어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때 희생자 규모를 넘어섰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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