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올 시즌 중반까지 외국인 선수 불운에 시달렸다. 2년 차 투수 조조 레이예스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 또 지난해 다승왕 크리스 세든의 대체자 로스 울프는 현재 마무리로 자리잡았지만 그 동안 적응에 애를 먹었다. 타자 루크 스캇은 시도 때도 없는 부상에 감독한테 항명 파동까지 벌인 결과 방출됐다.
팀 전력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용병들이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서 SK는 8위까지 내려앉았지만 조금씩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풀릴 조짐이다. 레이예스의 대체 용병으로 지난 9일 입국한 트래비스 밴와트가 희망을 밝혔다.
밴와트는 첫 만남부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입국하자마자 인천 문학구장으로 이동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뒤 자발적으로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3일 뒤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데뷔 첫 승을 올렸다. 6이닝 동안 5실점(4자책)을 했지만 수비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도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24일 두 번째 등판에서는 6이닝 동안 무4사구 무실점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어 2연승을 달렸다.
시즌 중간에 팀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밴와트의 성공적인 연착륙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밴와트는 최고 시속 150㎞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잘 구사한다. 이만수 SK 감독은 “국내 타자들이 커브와 체인지업이 약한데 이를 잘 던진다”고 밝혔다. 대부분 외국인 선수의 문제점으로 작용하는 퀵모션도 합격점을 받았다.
‘기적의 레이스’를 노리는 SK는 밴와트가 에이스 김광현과 ‘원투 펀치’ 역할을 한다면 구멍 난 팀 선발진의 공백은 작아진다. 또 선발진이 든든해질수록 올 시즌 SK의 심각한 문제로 꼽혀 온 불펜의 과부하도 덜 수 있다. 밴와트는 “한국 타자들이 좋은 스윙을 하고 선구안이 뛰어나다. 앞으로 잘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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