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박스권 돌파·세제혜택 등 영향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 관심 속 청약 경쟁률 평균 678대 1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마침 증시는 3년간의 오랜 박스권을 뚫고 고공비행을 하는 중. 최경환 경제팀이 IPO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까지 줄 예정이어서 모처럼 IPO 시장이 활활 타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3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유가증권 시장 1곳을 포함한 총 8곳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2010년 신규 상장사가 96곳에 달한 이후 매년 급감해 지난해 40곳에 그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더 위축된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코넥스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하는 아진엑스텍이 24일 상장한 데 이어 쿠쿠전자와 파버나인, 감마누, 신화콘텍, 덕신하우징 등이 줄줄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 상장심사를 마치고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상장하거나 상장예정인 기업은 코스피 2곳, 코스닥 10곳 등 모두 12곳에 달한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상반기 청약 경쟁률이 평균 678대 1에 달할 정도. 이달 초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자동차부품업체 트루윈과 2월 청약을 했던 오이솔루션(광송수신 모듈 전문 생산업체)은 코스닥 상장기업임에도 경쟁률이 각각 1,018대1, 1,253대1에 달했다. 6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쿠쿠전자도 공모가가 희망예상가의 상단인 주당 10만4,000원에 형성됐지만 청약 경쟁률이 175대 1에 달해 자금조달 규모만 2,548억원에 달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다음달까지 상장이 결정된 기업들의 총 공모액은 7,3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17곳ㆍ3,186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전망. 이런 추세라면 올해 유가증권 30개, 코스닥 70개 등 총 100개 기업 상장이라는 한국거래소 목표가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은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성장ㆍ저금리 고착화로 투자 자산의 기대수익이 줄어들면서 공모주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반기 공모 기업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IPO시장이 오랜만에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IPO시장이 각광 받는 또 다른 요인은 지난 몇 년간 상장을 참아온 대어급 기업들이 나섰다는 데에 있다. 상반기에는 편의점 1위 업체인 BGF리테일이 상장했고, 쿠쿠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교보생명, 에어부산, NS쇼핑, LIG넥스원 등 탄탄한 기업들이 상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 제일모직의 경우 규모만 3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어급 공모주의 등장은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주가 증시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IPO시장 활성화에 나선 상태다. 최경환 경제팀은 9월에 내놓을 IPO 정상화 방안에 그 동안 기업공개를 꺼리게 했던 숨은 규제를 찾아 철폐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상장기업 상속ㆍ증여세 부담을 줄이고 한시적 법인세 인하 등의 세제지원도 논의되고 있다. 신규 상장사의 법인세를 30% 감면해 줄 경우 매년 20개 가량의 기업이 추가로 증시에 합류할 것이라는 업게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가 활발해지면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경영에 큰 보탬이 되고,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돼 결국 기업실적 향상과 증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며 “특히 모처럼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와 서로 상승 작용을 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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