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자실은 요즘 매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맞춰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때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죠.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살리기 청사진이 대부분 공개된 마당에 직접적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줄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궁금하기는 정부나 기자들 입장에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 약 1시간 반정도 진행됩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부총재를 비롯한 나머지 상근 금통위원 등 총 7명이 기준금리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이 자리는 비공개입니다.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도 이 곳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금융통화위원회 관련 한은 간부들은 회의 1주일 전부터 기자들이나 외부인들과 만남을 갖지 않습니다.
금통위에서 오가는 위원들의 발언은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금통위가 열린 후 2주 뒤 화요일 오후 4시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 의사록(50여 페이지)은 위원들의 세세한 발언을 모두 담고 있어 기자들에겐 필독 자료로 꼽힙니다.
지난 화요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수의견(금리 인하)을 낸 위원이 다름아닌 기획재정부 추천 정해방 위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 위원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인하할 것을 주장하였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7월 금통위 현장에서 금리를 놓고 상당한 격론이 일었으리라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기준금리 동결에 찬성한 다른 위원들도 적잖이 내달 금리를 내리는데 동의할 것이란 뉘앙스를 풍겼다는 사실입니다. 금리 동결 의견을 낸 한 위원은 “세월호 사고의 리스크 요인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이달 금리 동결을 기대하고 있음을 고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내수부진의 심화를 우려하면서, 금리를 묶어놓는 이유로 시장의 기대를 제시한 점을 봤을 때 아마도 이 위원은 내달 금리 인하에 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위원도 “내수가 계속 부진하여 경제부문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엔 금리를 동결하지만, 곧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비췄습니다.
금통위는 1시간을 전후해 결론을 내리지만 위원들은 이에 앞서 수시로 관련 국ㆍ실로부터 현 경제상황을 명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숙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물론 의장인 한은 총재는 금통위에서 독단적인 의견을 낼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간부들과 토론을 합니다.
당정 이곳 저곳에서 금리 인하 훈수를 듣느라 고민이 많을 금통위 위원들에게 31일 한은이 발간한 ‘인플레이션 보고서’ (▶ 자세히 보기)는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물가여건을 종합하면 인플레이션 둔화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로 요약되는 보고서는 더 이상 인플레를 두려워할 필요 없이 시중에 돈을 풀어도 좋다는 자체 시그널일테니까요. 7월 금통위에서 ‘시장의 기대’를 생각해 금리를 동결했던 위원들께서 8월에도 역시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