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의 한 공터에 마련된 새정치민주연합 천막당사에서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상임최고위원회의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새정치연합의 수뇌부들은 전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천막당사를 차리면서까지 재보선 필승을 외쳐왔던 터였다.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의 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2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서 "6석 정도 차지하면 현상유지 하는 것"이라며 나름 여유를 보였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평온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새정치연합의 분위기는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선거참패 소식과 그 후폭풍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7.30 재보선이 벌어졌던 30일 저녁 8시부터 31일 오후 4시까지 20시간의 기록을 사진을 통해 돌아본다. 디지털뉴스부
● 30일 20:00 개표 시작
초반 분위기는 '예상대로' 굴러가는 듯했다. 뚜껑을 여니 새누리 9석-새정치연합 6석 정도의 구도가 될 것이라는 언론과 평론가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30일 1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됐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공업고등학교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투표는 총 288만 455명의 유권자 가운데 94만 8051명이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들이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표철수(앞줄 왼쪽부터) 최고위원, 주승용 사무총장, 김재윤, 박수현 의원. (서울=뉴시스)
● 30일 22:00 '분위기 반전'
야권 중진인 김두관 후보의 패배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분위기는 묘하게 흘렀다. 여기저기 전화하는 당직자들이 많아졌다.
새누리당이 11, 새정치민주연합이 4로, 강한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포시 고촌읍 선거사무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왼쪽)와 윤관석(오른쪽) 의원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김표=뉴시스)
● 30일 23:00 거물들의 '고배'
김두관, 손학규 등 야권의 거물들의 패배가 속속 확정됐다. 새누리당에선 환호가, 새정치연합에선 한숨소리가 들렸다.
개표가 약 70%가량 진행된 오후 11시 경, 패배가 유력해진 경기 김포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에게 졌다. (김포=뉴시스)
11시경, 이제 결과는 사실상 결정됐다. 이 시점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11곳을 새누리당에 내주고 말았다. 경기 수원병(팔달)에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한다"며 물러났다. (수원=뉴시스)
● 전략공천 권은희의 씁쓸한 승리
광주 광산을의 권은희 후보는 '광주의 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광산을은 22.3%라는 전국 최저득표율을 기록하며 딸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후 11시 경, 당은 고전했지만 당선이 유력해진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개표 방송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선거 전부터 공천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권은희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적 텃밭인 광주 광산에서 결국 승리했다. (광주=연합뉴스)
● 31일 0:00 썰렁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
4:11 참패 확정. 삼삼오오 모인 새정치연합의 수뇌부들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총 15곳 중 11곳에서 사실상 패배가 확실시 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이 썰렁하다. 대부분의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몇몇 당직자들만 자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예상외의 큰 차이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원내대표, 김영록 원내 수석부대표, 박범계 대변인 국회 본청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31일 09:00 "무슨 말이 필요하겠소"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4석에 그친 가운데 31일 오전 김한길 공동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비공개최고위원회의를 하기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 31일 11:00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동반퇴진
지도부가 총사퇴를 단행한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사퇴에 따라 최고위원단도 총사퇴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4석에 그친 가운데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김한길 공동대표가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오전 11시경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최고위원단도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사퇴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결국 물러났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는 오전 11시경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최고위원단도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눈을 감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음은 안철수 대표와의 일문일답
- 기자: 대표님 사퇴 결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安: 네.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 기자: 대표부가 총 사퇴를 의결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을 말씀하셨나요?
- 安: 그 내용은 이제 저 뒤에 대변인께서 말씀 드릴겁니다.
- 기자: 대표님 그래도 대표로서 이번 선거 결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한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安: 대표로서 모든 책임 지겠습니다.
- 기자: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공천갈등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가 나오는데...공천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시는건가요, 대표님?
- 安:...
- 기자: 안에서 앞으로 평당원으로서 열심히 다시 정치활동을 하시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安:...
- 기자: 오전에 김한길 대표님 만나서 대화 나누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대화 나누셨나요?
- 安: 음 선거에 대한 그리고 책임에 대한 문제 말씀을 드렸습니다
- 기자: 거기서 공동 사퇴를 하자고 얘기를 나누신거에요?
- 安: 서로 여러가지 말씀들을 나눴었죠
- 기자: 대표님 사퇴 결심을 언제 하신건가요?
- 安: (여기 계단 조심하세요)
- 사퇴결심을 오늘 하신건가요? 어저께 밤에 결과가 나왔을떄 하신건가요?
- 安: 예
● 31일 12:00 새정치연합 박영선 체제로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사퇴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가 대표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됐다. 박 대표는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을 통해 선거 참패의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스리는 작업을 지휘할 예정이다.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 등청하고 있다.(한국일보자료사진)
● 31일 16:00 손학규 정계은퇴
지도부 총사퇴에 이어 손학규 상임고문도 전격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고문의 정계은퇴로 야권의 대선 경쟁구도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3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손 고문은 7·30 경기 수원 병(팔달)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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