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 하락 등 체감경기 안 좋지만 산업생산 3개월 만에 증가세 반전
실물 경제는 확연히 좋아져 한은 금리인하 명분 다소 희석
6월 실물경제가 확연히 좋아졌다. 반면 체감경기는 더 나빠졌다. 헷갈리는 경기 흐름으로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을 명분 삼아 8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채비를 해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전체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달대비 증가율 2.1%는 2011년 3월(4.1%)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광공업생산 증가율(2.9%)은 2009년 9월(3.7%) 이후 57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제조업의 재고비율(-1.6%)은 줄고, 내수(2.1%) 및 수출(2.7%) 재고출하, 생산제품출하(2.3%)는 증가하는 등 향후 경기 국면의 변환을 판단할 수 있는 관련 지표 모두 전달보다 좋아졌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세월호 참사의 영향에서 차츰 벗어나는 모습이다. 서비스업생산(1.6%)은 전달보다 출판, 영상, 방송통신(4.2%) 숙박 및 음식점(3.3%) 등이 살아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소매판매(0.3%) 역시 증가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소폭 늘었다.
기저효과 등을 감안해야 하고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실물경제의 회복 기미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 고착화 등 경기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국면, 그래서 돈을 풀 수 있을 만큼 푸는 강력한 확장적 거시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틀겠다는 최경환 경제팀 입장에선 반대 신호가 잡힌 셈이다. 이대로 돈을 무작정 풀어도 좋으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체감경기는 여전히 안 좋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세달 연속 하락한 74로,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BSI가 100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은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보다 나쁘게 보는 기업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의 BSI 하락폭이 컸다.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단연 내수 부진(24.7%)이 꼽혔다. 민간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 역시 92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다시 난처한 처지에 놓인 건 한은이다. 한은은 6일 전(24일)만 해도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전기대비 성장(0.6%), 3분기 연속 0%대 성장, 전년동기대비 증가세 5분기 만에 둔화 등을 담은 2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 발표로 사실상 금리 인하 명분을 갖췄다. 그러나 6월 추정치가 담긴 2분기 경제성장률과 달리 6월 실물경제가 확 살아나면서 금리 인하의 명분이 조금 희석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주문도 지표만큼이나 엇갈린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달 정도 수치라 당장 반등이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부동산 등 다양한 요인을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시장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로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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