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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헌장을 만들자

입력
2014.07.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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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북통일을 해야 하나. 어떻게 통일 하나.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오랫동안 자문자답 했지만 아직 공감대가 크고 지속가능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슬로건에 그치고, 통일방법으로서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정권교체에 따라 통일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이 변하고, 개개인의 입장도 천차만별이다. 최고 국정과제이며 민족과제인 통일이 오히려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셈이다. 따라서 통일에 대해 국가의 기본 방침과 국민적 합의를 담은 ‘통일헌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통일헌장은 중요한 용도가 있다. 첫째, 통일교육과 홍보를 위한 최고의 교재다. 필자는 남북관계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종사하면서 공무원, 대학생, 그리고 외국인들과 통일문제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많다. 그 때마나 통일에 대해 연구보고서와 홍보책자가 많지만, 막상 정부의 입장을 권위 있게 간략히 기술한 정책문서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통일헌장을 국·영문 소책자로 만들고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다면 가장 인기 있는 통일정책 문건이 될 것이다.

둘째,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고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과거 한 차례 통일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든 경험이 있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발표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이 통일방안은 당시 정부 주도로 여야 4개 정당과 국민 각계의 국론을 결집하기 위해 1년 이상 노력한 산물이다. 통일헌장은 작성 자체가 국민적 합의를 조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또한 통일헌장이 만들어지면 통일을 둘러싼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셋째, 통일을 논쟁과제에서 실천과제로 전환시킨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설파한 이후 통일이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매우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통일방법과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이 다시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만약 통일방법에 대한 논쟁을 회피한다면 통일에 대한 동상이몽이 지속되고 통일논의는 계속 겉돌게 될 것이다. 통일헌장에서 이에 대한 기본입장을 정리하면 통일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을 통일을 실천하는 건설적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통일헌장의 대외적 용도다. 우리는 흔히 통일에 주변국의 동의와 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주변국들이 설사 통일에 동의하더라도 형식적인 언사에 그치고, 속으로는 반대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통일외교가 필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통일이 필요하니, 또는 당신 나라에게 좋으니 도와달라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다. 주변국들은 철저히 국익 논리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이 주변국이 국익에 부합하거나, 최소한 해가 되지 않다는 점을 일관된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그런 핵심 내용을 통일헌장에 담고 실천할 때 비로소 주변국은 한반도통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립하고 행동에 옮길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헌장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첫째, 통일 의지를 천명하고, 통일의 가치와 당위성과 필요성을 담는다. 둘째, 통일한반도의 비전을 담아야 한다. 통일한국이 지향하는 외교안보적, 정치경제적 가치와 지향점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비핵평화국가, 민주복지국가, 개방가교국가 등이 있다. 셋째, 통일방안과 방법을 제시한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사반세기에 걸친 국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넷째, 남북통합을 위한 의지와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통일은 우연한 사건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통합의 성패는 우리의 지속적 노력 여하에 좌우된다는 점에 유의한다.

모처럼 통일헌장 제정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전 부분과 영역을 대표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직속기구로 발족시켰다. ‘통일대박론’에 힘입어 국회는 여야가 동참하는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를 의욕적으로 재가동하고, 국회의장도 정당 추천 인사들이 동수로 참가하는 ‘남북화해협력자문위원회’를 새로 발족시켰다. 통일헌장은 이런 통일 열망과 국민적 합의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통일도구가 될 것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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