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는 ‘글쎄’
30일 오전 경기 안성 당촌리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가로지르자 은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 11일 가동을 시작한 신규 부품물류센터다.
직원들은 면적이 1만7,800㎡나 되는 물류센터 출고장에서 이날 내보낼 부품들을 포장해 59개 배송지역 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저장센터의 선반에는 1976년식 구형 S클래스부터 최신 모델인 뉴 C클래스용까지 다양한 3만여개의 크고 작은 부품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규모로 수입차 중 최대 규모 물류센터지만 벤츠는 이를 더 키우기 위해 바로 옆 6,900㎡를 확장 예정부지로 확보했다. 조규상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전체 부품 재고를 이천 물류센터보다 50% 늘렸고, 수요가 많은 부품들의 안전재고는 2배로 확대해 불필요하게 부품 수급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에 있던 이전 물류센터를 2.5배 확장한 안성 물류센터는 벤츠가 지난 1년간 520억원을 투입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여름철 습기 제거를 위해 지붕의 8%를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겨울에도 실내온도를 12도로 유지하는 최첨단 히팅시스템을 적용했다.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위해 12개의 최신 환풍시스템도 설치했다. 모두 부품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설들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수레 여러 대를 연결한 왜건(wagon) 시스템을 도입했고, 순정 ‘르만(Reman) 부품'도 취급한다. 르만 부품은 벤츠가 고객 차량에서 회수한 핵심 부품을 최초 생산 때와 같은 절차에 의해 다시 제조한 부품으로, 신제품 대비 가격이 74% 수준이다.
지난달 말 국내 시장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 중인 수입차 업계가 부품물류센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성격 급한 고객들이 많은 한국에서 빠른 부품 수급을 위한 부품물류센터 확장은 장기적 시장 창출을 위한 투자다. 이 같은 부품 물류센터 확장은 신속한 서비스 외에 수입차 사고 시 장기간 수리로 발생하는 렌터카 비용 등이 줄어드는 간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벤츠에 앞서 아우디 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에서 30분 거리인 인천 연수구 옥련동 아암물류단지 안에 1만4,500㎡ 규모의 부품물류센터를 세웠다. 이전보다 8,000㎡를 넓혀서 부품 보유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아우디 코리아 물류센터는 형제회사인 폭스바겐 코리아도 함께 이용한다.
수입차 1위 BMW는 이미 2006년에 경기 이천으로 부품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해서 운영 중이다. 연면적 1만6,500㎡에 보유부품 2만7,000여종, 연간 처리량 86만여 건은 벤츠의 새 물류센터가 건설되기 전까지 수입차 중에 최대 규모였다. 아시아지역 물류허브 역할까지 하는 BMW 물류센터는 전체 부품 가용성이 93%이고, 주요 부품은 98%에 이를 정도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부품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있으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수입차 부품가격 인하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이에 대해 아우디 코리아 측은 “부품물류센터 확충이 부품단가를 낮추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올해 1월 전체 부품 중 6,000개의 가격을 최대 28% 낮췄지만 시장조사 등을 통한 자제 조정이었을 뿐 부품물류센터와 무관하다. 다만 조규상 벤츠 코리아 부사장은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세워 물류와 운영비를 최소화ㆍ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부품가격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성=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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