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부총리 발언 파문
터키 부총리가 젊은이들의 도덕성이 타락했다며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터키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일간지 휴리예트 등에 따르면 뷸렌트 아른츠 부총리는 전날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주최한 행사에서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순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른츠 부총리는 이어 요즘 터키가 도덕적으로 퇴보했다며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얼굴을 쳐다보면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돌리며 살포시 얼굴을 붉히는 순결을 상징하는 소녀들은 어디에 있느냐”며 여성의 순결을 강조했다. 또 “남자도 순결을 가져야 한다”며 “남자는 오입쟁이가 돼서는 안 된다. 남자는 배우자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TV 드라마와 인터넷 등이 유해매체라며 “젊음의 흥분을 오용하도록 이끌어 젊은이들을 섹스 중독자로 만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66세인 아른츠 부총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함께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을 창당한 인물이다.
아른츠 부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양대 야당의 단일 대선 후보인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전 이슬람협력기구(OIC)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터키는 여성의 웃음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는 소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터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아른츠 부총리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에 여성이 소리 내 웃는 영상 등을 댓글로 달면서 그의 발언을 조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정의개발당 대변인 휴세인 첼릭 의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TV 쇼프로그램 여성 진행자의 옷차림이 야하다고 말한 직후 해당 진행자가 갑자기 교체된 적도 있다. 당시 첼릭 의원은 여성 진행자가 가슴골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었다고만 말하고 프로그램과 진행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묘사한 옷차림과 같았던 진행자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하차를 결정해 논란을 빚었다.
앞서 터키에서는 지난 5월 소마 탄광사고 때 현장을 방문한 에르도안 총리가 “업무상 재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고는 다른 작업현장에서도 일어난다”며 “탄광에서 (폭발)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유족 수백명은 그가 과거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던 주요 탄광 사고까지 들먹이며 사고의 불가피성을 역설하자 분노가 폭발해 에르도안 총리에게 몰려들었고 총리는 결국 경찰에 둘러싸인 채 인근 슈퍼마켓으로 피신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 유가족들은 총리의 차를 발로 차기도 하고 총리에게 “살인자” “도둑놈”이라고 소리쳤다. 소마 시내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집권 정의개발당 본부로 몰려가 돌로 창문을 깨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