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남대문의 OK저축은행 창구. 점심식사를 마친 정장 차림의 30대 남성 다섯 명이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창구로 몰려간 이들의 행동이 흥미롭습니다. 느닷없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으리(의리)”를 외친 뒤에 쑥스러운 듯 한바탕 웃습니다. 이 모습에 객장에 있던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까지 웃음이 터집니다.
도대체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러시앤캐시가 출범시킨 OK저축은행은 23일 최대 연 4.3%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적금 상품 ‘OK끼리끼리 정기적금’을 출시했는데요. 기본금리 연 3.8%에 가족이나 친구 5명 이상이 영업점을 방문해 어깨동무를 하고 “의리”를 외친 뒤 동시에 가입하면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얹어 주는 상품입니다. 2명이 오면 0.1%포인트, 3~4명이 오면 0.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되고, 연인이 함께 찾아와 손과 팔을 이용해 ‘하트’를 그리는 경우에는 0.3%포인트가 더해집니다.
요즘 은행 예ㆍ적금 금리가 2%대 초중반, 심지어 1%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4%가 넘는 금리를 준다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겠죠. 창피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에서 “의리”를 외쳐대고 있는 겁니다. “간혹 3명이 와서 5명에 적용되는 우대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작정하고 온 고객이 많아 다들 망설임 없이 의리를 외치거나, 하트를 만들었다”는 게 영업점 직원의 설명입니다. “출시 이튿날부터는 여러 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영업점에 들어서기만 해도 이 상품에 가입하러 방문했나 싶어 웃음부터 났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다 보니 한시적으로 특별 판매하는 고금리 예ㆍ적금 상품에는 고객들이 벌떼같이 모여듭니다. 우리은행이 광복 69주년과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 개봉에 맞춰 판매한 연 2.7% 금리의 ‘우리나라사랑 명량 정기예금’의 경우 출시 첫날인 29일 총 1,000억원 한도가 모두 소진됐습니다. 예정했던 특별 판매 기간은 8월 15일까지였습니다. 일반 상품보다 기껏해야 금리가 0.2~0.3%포인트 높을 뿐인데도 말이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저금리 시대의 진풍경입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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