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어벤저스’로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가 괴짜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한 편 내놨다. 장난스런 유머와 개그, 1980년대 공상과학(SF) 영화를 연상케 하는 단순한 선악 구도와 화려한 색감,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한 편의 영화에 집약했다. 기본 재료인 ‘어벤저스’와 ‘스타 워즈’를 뒤섞고 ‘에이 특공대’와 ‘인디아나 존스’를 약간 가미한 뒤 개그라는 조미료를 대량 첨가한 영화랄까. 이야기는 진부하고 뻔한데, 굉장히 발랄하고 유쾌하고 즐겁다.
31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만화 원작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중 가장 모험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별난 영화다. ‘어벤저스’가 슈퍼히어로 학교에서 집안 좋고 똑똑하며 외모도 훌륭한 1등들의 조합이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재능이 있는 만큼 부족한 구석도 많은 2등, 5등, 9등들의 조합이다.
스페이스 오페라(우주가 배경인 대중적 SF 활극) 장르에 익숙한 관객이 아니라도 줄거리 설명 따윈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은하계 행성을 파괴하려는 우주 악당에 맞서 오합지졸 모인 주인공들이 힘을 모아 물리친다는 게 전부다. 두 시간의 상영 시간에 비해 조금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스토리는 사실 이 영화의 핵심에 도달하게 만들어주는 맥거핀(미끼)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최고 자랑거리는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다섯 캐릭터들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의문의 우주선에 납치된 뒤 좀도둑으로 살고 있는 피터 퀼(크리스 프랫), 은하계의 절대악 타노스의 양녀인 살인병기 가모라(조 샐다나), 덩치는 무시무시한 싸움꾼 같지만 속내는 순정파 소년인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그리고 귀여운 외모에 까칠한 성격을 지닌 현상금 사냥꾼 너구리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과 “나는 그루트다”라는 말밖에 못하는 나무인간 그루트(빈 디젤 목소리). 1대1로 대응하는 건 아니지만 ‘스타워즈’의 주요 캐릭터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로켓과 그루트는 C-3PO와 R2D2의 명성을 이을 만한 명콤비다.
어른스런 영웅을 그리는 ‘어벤저스’와 달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인물들은 종종 10대 후반의 악동들 같다. 티격태격 다투다가 결국 순진한 우정을 나누며 얼싸안고 하나가 된다. 그래서 시종일관 활기와 생기가 넘치고 엉뚱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은하계 행성을 화사하게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과 만화적 상상력, 현란한 우주 전쟁 액션, 쉴 새 없는 말장난과 개그의 향연, 다양한 종족을 표현하는 총천연색 분장, 미래적인 영상과 상반되는 1970년대 팝 히트곡 등 시청각적인 매력이 넘실댄다.
엽기 코미디 ‘트로미오와 줄리엣’(1996)과 가족 영화 ‘스쿠비 두’(2002) 등의 각본을 쓰고 괴짜 호러 코미디 ‘슬리더’(2006)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의 블록버스터 입성작이다. 키치 감성 가득한 B급 영화 감독이 어떻게 여름 블록버스터의 정글에 안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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